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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원칙과 법칙

by Blueorbit 2024. 1. 8.

여타 다른 분야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의 세계에도 여러 법칙 혹은 원칙들이 난무합니다.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도 자신 혹은 자신이 만든 방법을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무슨무슨 법칙들, 혹은 원칙들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성배는 있긴 있는 것일까요? 아니, 그런데 법칙과 원칙은 같은 말인가요, 다른 말인가요? '살 때, 팔 때, 벌 때(강영현 저. 21세기 북스)'에서 저자는 이 둘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원칙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한편 법칙은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불변의 관계를 말한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우리가 매우 부주의하게 사용하고 잘못 세뇌당하는 부분이 이 두 단어를 혼용하는 데서 파생하는 경우가 많다.

 

 

저 또한 예전에 여러 차례 투자금을 잃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성과가 좋다고 홍보하는 주식투자 법칙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커뮤니티에 가입도 했었는데,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원칙대로 하면 돈 번다', '나는 기계다. 따라서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매매하면 성공한다'를 주문 외우듯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실을 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릇이 작다(큰 손실폭을 견디지 못함을 꾸짖는 말)'느니 '법칙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준엄한 훈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매매 전략을 창시한 사람은 본인은 선한 마음으로 주식 초보자를 위해 비법을 공개했다고 반복해서 말하고(보통 그런 사람들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환자들인데, 사이비교주나 사기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질병입니다), 그 추종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소위 물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꼭 그런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코비드 팬데믹 시기에 모 제약회사의 주주들이 포탈에서 그 제약회사 관련 기사에 단 댓글들을 보셨다면 그와 유사합니다.

 

사이비 전략 외에도 어떠한 지표나 그 지표들의 조합, 혹은 차트 패턴을 보고 그러한 때는 상승 혹은 하락이 오는 것이 법칙이라고 하는 그럴싸한 자칭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역사를 봐도 고대부터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자칭 메시아와 각종 사이비 종교들이 출몰했는데, 주식시장은 항상 혼란스럽다 보니 현대에 와서도 되풀이되네요. 이러한 상황은 확증 편향, 과적합, 잘못된 선후관계 파악의 예시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투자자가 잘못된 매매 방법들에 매몰되는 순간 깡통을 차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투자 방법에 대해서는 매우 배타적이고 닫힌 태도를 갖게 되는 꽉 막힌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Pixabay

 

강영현 이사는 원칙과 법칙을 구분하지 못한 채 순진하게 그럴싸한 내러티브에 빠져 소중한 재산을 용기 있게 주식에 밀어 넣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한 사이비 방법들을 만들었다고 하는 사기꾼들은 본인의 성공적인 투자 경력을 증명하지 못하고, 학벌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아니, 도대체 투자 세계에서 특정한 전문직종 혹은 소위 명문대의 관련이 있지도 않은 과를 나온 사람이 투자 고수임을 증명하는 이력이 되는 건가요? 또한 그러한 커뮤니티에 여러 전문직 종사자들이 활동하기도 하는데, 사이비 종교에도 전문직 혹은 고위 관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면 '아,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니 좋은 투자법이군'하고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초보자의 행운을 겪고 나서 시장에서 제대로 된 극한의 역경을 맞게 되면, 투자 행위 자체에 대해 압도되는 때가 옵니다. 너무도 많은 기술적, 기본적 투자 방법들과 각종 지표와 용어들, 그리고 미친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미스터 마켓... 이럴 때 아무 고민 없이 누가 만들어 놓은 그럴싸한 법칙들... 백테스트해 보겠다고 이리저리 만져서 과적합화(overfitting)된 결과를 갖고 만족스럽게 '이제 돈 버는 방법을 찾았다'라고 하는 사이비 법칙들...(심지어 닷컴 버블이나 금융 위기 기간을 제외하고 그 후의 기간만 가지고 백테스트를 돌린 다음 다시는 그러한 경제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므로 이걸로 충분하다! 고 일갈하며 책을 낸 사기꾼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러한 방법들에 혹하게 되는 것일까요? 고민하기 싫거나 혹은 두려운 것입니다. 내가 하는 것이 옳은지 틀렸는지 잘 모르겠고, 어려우니까 누군가가 해놓은 옳지도 않은 내러티브만 그럴싸한 방법을 안식처로 삼게 되지만 그러한 편안함은 결국 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계좌가 증명해 주지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책임감을 갖고 본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소중한 투자금을 날려도 사이비 전문가들은 책임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은 유튜브나 책을 통해 돈을 법니다. 정말 보통 마인드가 아닌 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기로 고통을 당해도 당당하게 북콘서트를 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이비 교주들은 그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르시시즘에 제대로 빠져 있기 때문이지요. 피해를 보는 것은 초보 투자자들이나 그들 역시 자신의 계좌에 대한 의무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합니다.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는 그런 법칙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나는 자신만의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는다", "모르는 종목에 투자하는 않는다" 등 자신만의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
법칙보다는 확률적으로 유의미한 자리에서 나의 원칙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
시장을 배우기 전에 나부터 배워야 한다. 법칙을 찾기 전에 원칙부터 세팅해야 이리저리 나부끼지 않고 방향을 설정하고 정신할 수 있다.

 

법칙을 운운하는 여러 사기가 판을 치지만 그럼에도 투자에도 원칙은 존재합니다. 자금 관리에 관한, 매매 전략에 관한, 심리에 관한 건전한 투자 원칙 말입니다. 투자자가 본인의 기질에 맞게 이러한 원칙들 중 몇 가지를 본인만의 규율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규칙이라 해도 좋겠지요. 지속적 공부하고 경험하고 고민함으로써 건전한 투자 원칙 발굴하고 이를 꾸준히 지켜 간다면, 결국에는 성공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성찰하는 것이겠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초보 투자자분들도 다른 사람들이 광고하는 법칙을 찾아다니지 마시고 본인의 계좌를 지키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적어도 원칙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워런 버핏 옹을 위시한 여러 대가들의 격언이 깜깜한 밤에 투자자들의 앞날을 비춰주는 보름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원칙은 "절대로 원금을 잃지 말라".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철저히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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