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이 주창한 가치투자의 기본 원칙 네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 개의 주식을 보유했다면 그에 비례한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라.
2.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으려면 내재가치와 비교했을 때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라.
3.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부침이 심한 시장을 당신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도록 만들어라.
4.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사람이 되어라.
'워렌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트렌 그리핀 저. 홍유숙 역. 처음북스)'에서는 이중 두 번째 원칙인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에 대해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의 안전거리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양쪽 다 예측할 필요를 없애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앞 차와 충분한 거리만 유지한다면 현재 보이는 것만 신경 쓰면 될 뿐, 앞에 있는 운전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앞차를 바짝 쫓아서 운전한다면, 반응이 아니라 예측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레이엄 가치투자자의 목적은 내재가치보다 헐값에 사서 주식시장에서 단기 가격 추이를 예측할 필요를 없애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마진 원칙은 (단기 미래 예측과 같이) 어려운 문제를 피함으로써 성공하고자 하는 멍거 같은 사람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어려운 문제에 달려드는 성향을 파악하고, 그런 성향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 버렸습니다.
사람의 실수, 불행, 복잡하고 예측 불가하게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의 요동 등 다양한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내재가치보다 한참 아래의 가격으로 주식을 사면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세스 클라만,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1991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모든 정보는 주가에 신속히 반영되므로 투자자는 시장보다 더 나은 수익을 얻기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가능'과 '대체로'는 큰 차이가 있지요. 워런 버핏 역시 시장의 수익률 이상으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대체로'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지요. 복잡한 시스템을 정확히 예측하려 하다가는 실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대중이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 기회를 포착하며, 안전마진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 실수를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실수를 하고도 승률을 높인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투자자의 실수가 없다면, 이익은 더 커질 것입니다.
기술적인 일을 할 때 사람들은 안전마진을 넉넉하게 마련해 놓는다. 그러나 돈 문제를 다룰 때는 안전마진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격이 높이 오를수록 안전마진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사들이기 때문에 주식 가격은 마구잡이로 부풀어 오른다.
찰리 멍거, 버크셔 연례 주주 총회, 2003
당신이 팔 가치의 3분의 1이나 그 이하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만 있다면, 굉장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나이 많은 알콜중독자가 어처구니없는 사업을 하더라도, 3분의 2에 달하는 안전마진을 확보한 주식을 소유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 잔뜩 생길 것이다. 이 추가 가치를 확보함으로써 당신에게 넉넉한 안전마진이 생긴다.
찰리 멍거, 남캘리포니아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1994
안전마진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가치를 계산할 때 완충 부분을 확보하면 실수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 내재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사면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수로부터 보호해주므로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사람들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미리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 현명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적정한 안전마진을 확보한 투자 기회는 찾기 어려우므로 참을성 즉,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보통 사람들은 참을 수 없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레이엄 가치투자 시스템의 네 가지 원칙을 바꾸지 않고 몇 개의 효과적인 변수에만 변화를 준다면, 투자 요건이 변하더라도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멍거는 일찍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처럼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늘 해오던 가치투자를 하려고 그 정의를 계속 조정했다. 그 방법은 여전히 잘 먹혀왔다.
찰리 멍거, 남캘리포니아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1994
멍거가 말하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급강하하거나 최고 가격에서 하락했다고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저렴하다고 지금이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엄 가치투자자가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하려면 주식의 가치가 살 때 지불한 가격보다 현저히 높아야 한다.
그레이엄 가치투자자들은 항상 이 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값이고 가치는 당신이 가져가는 값이다'.
그레이엄 가치투자자는 흔히 '내 목표는 1달러짜리 금융 자산을 70센트에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내재가치보다 헐값에 사겠다는 의미입니다. 간단히 말해, 1달러짜리를 몇십 센트 싸게 산다는 건 실수를 하고도 여전히 투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4.02.22 - [투자] - 투자에 필요한 베이즈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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