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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투자를 망치는 인지편향

by Blueorbit 2023. 12. 31.

투자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부분이 투자자의 심리 관리입니다. 투자 주체가 완전히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가정하는 전통 금융경제학과 달리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서는 감정에 휘둘려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진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통 금융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모든 것을 적당한 시기에 쓰는 합리적 인간이라고 보지만, 행동재무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이 모두 다르고 의사결정 과정에 감정이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 즉, 왜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고 할 수 있지요.

 

'월스트리트 퀀트투자의 법칙(비즈니스 북스)'의 저자 영주 닐슨은 퀀트 투자의 필요성과 장점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감정은 고유한 것이라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감정이라는 의사결정 필터가 만들어낸 결론은 모두 다르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다르다고요. 결국 그 결론에 따른 의사결정 결과물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주 닐슨이 소개하는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위 몇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과잉확신(Overconfidence)

과잉확신은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더 스마트하다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긍정적인 자세는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줄지도 모르지만 투자자의 자세로는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쓸데없이 자신감이 확고한 투자자는 트레이딩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과다한 수수료로 인해 수익률을 깎아먹게 만들지요. 주목할 것은 수수료가 수익률을 깎아먹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는 점인데, 이는 스스로 트레이딩을 많이 해서 컨트롤해야 잘 굴러간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겪어 봤듯이 오히려 손을 대지 않고, 다른 곳에 관심을 뒀을 때 수익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의 위대한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좋은 주식을 샀다면 수면제를 복용 후 푹 자라고 했습니다. 안 자고 주가를 계속 보고 있으면 팔고 사고 할 테니까요.

 

자기 열등화(Self-Handicapping)

자신을 너무 믿지 못하는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으로, 미래 투자가 잘못될 상황에 대비해 미리 핑곗거리를 준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투자는 사전에 리서치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어."와 같은 변명이지요. 실제로 리서치할 시간이 충분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핑계를 댈 수 있으면 그만인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투자 전략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다듬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과잉확신 편향(Highsight Bias)

어떤 일이 벌어진 다음 그것이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믿는 인지적 편향입니다. 일이 일어난 후에 '거봐, 내가 뭐라고 그랬어. 이렇게 될 거라고 했지'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투자를 리서치하기 전에 과거 데이터를 연구하는데, 그중에서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공부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미래를 안다고 믿게 되어버립니다. 실은 과거에 발생한 일의 결과를 본 덕분에 특정 사례만 아는 것인데도 말이지요.

 

Reference. https://www.istockphoto.com/

 

선택적 기억(Selective Memory)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려 한지 않는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매번 그 실수를 정당화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지난번엔 생각보다 손실이 크지 않았어." 혹은 "그때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버린 게 그리 나쁜 결정은 아니었어."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선택적 기억을 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로 최근에 일어난 일만 기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5년 전에 아무리 엄청난 손실을 봤어도 한 달 전에 수익을 냈다면 이들에게 그것은 괜찮은 투자인 셈입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매매 일지를 쓰고 검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손실회피성(Loss Aversion)

적은 금액이라도 손실에서 오는 고통을 수익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훨씬 심하게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작은 수익에 만족하고 투자를 접는 것이 이 때문인데, 오래 가지고 있으면 훨씬 더 많은 수익률을 내리라는 걸 알면서도 팔아서 약간의 수익을 얻고는 합니다. 주식은 본전 찾기 게임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말이죠. 이는 인간의 후회와도 관련이 있는데 투자자는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 확률이 더 높은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지만 중요한 점은 투자자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다룬다는 사실입니다.

 

정보를 아무리 잘 종합해도 실패할 확률은 늘 존재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대개는 실패 그 자체만 바라보며 후회하게 됩니다. 투자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랐는가는 후회에 아무런 위로도 주지 못하며, 결국 후회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익률 포기라는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셈입니다. '손실은 짧게, 이익은 길게'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매물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일단 무엇을 하기로 선택했으면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전에 투자한 것이 아깝거나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 몰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고 투자 방법에도 해당됩니다. 물론 인생의 여러 면에서도 그렇고요. 특정 산업이나 소비자가 변화할 경우 회사의 비즈니스 상태와 미래수익률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팔아버리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기 십상입니다. 처음의 판단에 매달려 아쉬워하며 선뜻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 행동은 닻 내리기(Anchoring)에 비유할 수 있는데, 자신이 투자하기 전에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수익률을 잘 내던 회사의 주식이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고 가정한다면, 이 경우 투자자는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회사 경영과 실적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도 원래 내던 수익률을 생각하며 팔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체로 이런 손실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투자자를 망치는 주범 중 하나이며, 관련된 감정으로 '(헛된) 희망'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손절매(stop loss)가 있겠습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의견이나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와 반대되는 내용은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입니다 닻 내리기나 과잉확신은 종종 확증편향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텍 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바이오텍 주식투자를 정당화해 주는 정보만 듣고 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동입니다. 어떤 종목이나 투자 기법을 과하게 믿게 된다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광신도가 되는 것이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매매 일지를 검토해야 하며, 트레이더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쉽지 않습니다.

 

심리계좌(Mental Accounting)

마음속에 자기 나름대로 계좌를 만들어 이름을 붙여놓고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툴로 작동합니다.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는 심리계좌가 있는데, '이 돈은 아이가 대학에 갈 때 쓸 거야'하고 따로 계산을 해두고, 그다음에는 '이번에 다른 돈으로 열흘간 유럽으로 여행을 가야지'하고 계산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자기 자산이고 그 자산의 일부를 쓰는 것으로, 분리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평가 손실은 실제 손실로 인식해야 해야 합니다. 팔기 전에는 손실이 아니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세금 문제는 잘 고려해 봐야겠지요.

 

프레이밍(Framing)

투자자가 같은 것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것이지요. 이를 이용하면 투자자를 속이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란 '저점 매수 고점 매도'가 진리라고 믿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들은 추세추종 트레이더들이 강조하는 '고점 매수 고점 매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올라가 있는 주가에 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군집행동(Herding Behavior)

타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따라 하는 것이 그 예 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언론은 언제나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충분히 무르익은 시점에 기사를 내보내는데, 수익률이 이미 많이 난 상황에서 기사를 다루게 되므로 그런 기사를 보고 따라 하는 투자 결과가 좋은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군집행동과 집단 심리로 인해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처럼 전형적인 비이성적 행위를 알고 이를 피하려 노력하는 것은 여러분의 투자 의사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군중에 속해 있음을 말해줍니다. 군중의 파도 속에서 휩쓸리지 않으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린 매매일지 작성이 좋은 방법이며 의도적으로 뉴스를 멀리하는 것 또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양서들을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어보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퀀트 투자도 대안으로 볼 수 있겠네요. 결국은 자기를 객관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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