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의 신으로 알려진 투자 귀재 고레카와 긴조. 그는 16세에 중국 청도로 건너가 4만 일본군에게 생필품을 대는 군상이 됐다가 1차 대전으로 파산하고, 맨손으로 재기해 도금회사 사장이 됐으나 대공황으로 도산하고, 한반도로 건너와 광산업으로 부활했으나 일본의 패전으로 빈털터리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63세에 다시 주식거래를 시작해 일본 주식시장의 큰손이 되고 1981년 스미모토 금속광산 주식 매매에 성공하며 엄청난 거금을 벌어들였습니다. 어마어마한 기부로도 유명한 그는 많은 가치투자자들의 롤모델이기도 한데요, 그의 자서전인 '일본 주식시장의 신 고레카와 긴조(고레카와 긴조 저. 강금철 역. 이레미디어)'는 투자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힙니다. '넝마주 비법', '거북이 삼원칙', '복팔분' 등 투자 지침과 시세 판단을 위한 발상법은 물론이고 수많은 실패에서도 어떻게 재기했는지 한 편의 영화 같은 그의 삶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책에서 그가 말하는 가치투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복팔분(腹八分)
복팔분은 음식을 위에 가득 차지 않게 조금 덜먹는 것을 말합니다. 일본 속담에는 '팔부 정도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꼭 인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주식 거래를 포함한 세상사에서도 탐욕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일본 주식 격언에 '붕어빵의 꼬리는 시장에 주어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천장과 바닥을 노리는데 초조해하지 말고 다소의 이익은 시장에 남겨주고, 확실한 이익을 확보하라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식이 몸을 해치듯이 상투를 잡아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주가가 폭락하여 이익은커녕 오히려 손실을 입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요. 소위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말과도 통합니다.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도에는 손절과 익절이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손절을 하지 못해 손실을 키우는 경우가 있지만 노련한 투자자라면 적절하게 손절함으로써 손실을 짧게 끊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익절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욕심' 더 정확하게는 '탐욕' 때문이지요.
'매도는 신속하게, 매수는 유연하게'라는 말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고레카와 긴조는 복팔분을 되뇌며 바닥과 상투를 잡을 생각은 버리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의 이익은 시장에 넘겨 주라는 말이지요. 아무리 매수 타이밍을 잘 포착하고 매수에 성공했어도 매도를 실패하면 원금도 이익도 없을 것입니다. 이익을 모아 원금을 늘리는 일은 불가능해 지지요. 매도가 어려운 것은 상승 한계를 모르고 주위의 인기에 좌우되어 사람들의 소동에 놀아나 탐욕 교만하게 되어 시세의 '생각지 않은 일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그때까지의 우세를 일거에 붕괴시키는 겁니다. 내가 매도해서 수익을 얻었는데 주가가 오른다고 한다면? 많이 겪는 일이지요. 하지만 나와 그 종목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이고 주어진 수익에 감사하고 다음 기회를 찾는 것이 트레이딩 성적이나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넝마주
넝마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넝마주는 가치주의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안전마진이 확보된 상태를 말합니다.
'삼원 금천 비록'이라는 책에는 "들도 산도 모두 하나가 되어 약세로 여기면 바보가 되어 쌀을 사야 한다"이 있다고 합니다.
고레카와 긴조는 넝마주로 불리며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던 때에 수면 하에서 저가에 주식을 주워 모아 지긋이 상승하기를 기다리라고 합니다. 자신의 투자철학을 믿고, 충실히 행동하고, 신념을 관철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격이 가치에 근접해서 상승한다면 미련 없이 매도하라고 합니다. 그는 본인이 매수한 주가가 급등했지만 '아직은 벌써'라는 마음을 잊지 않고 '복팔분'으로 만족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절도를 잊고, 과욕하면 참패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경고합니다. 이전에 특히 바로 직전의 투자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으면, 지금 하는 매매에서 수익이 나고 있더라도 떠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당치 않은 일일 것입니다.
삼매전
"거래 이익이 났을 때, 우선 큰 흐름을 보고,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다만 무난히 머무를 것을 궁리할 것. 반드시 탐욕을 내지 말고, 무난하게 다루고, 거래가 끝난 후에는 쉬는 것이 제일이다."
이는 '삼매전'에 있는 거래의 핵심 원칙입니다. 즉 욕심에 끌려 승리감으로 자만한 사이에 시세가 하락하고, 이익이 적어질 뿐만 아니라, 시세 파동의 성격을 모르게 되므로 팔아야 할 것을 사게 되거나, 처분해야 할 시점에서 새로운 개입을 해서 자승자박에 빠지게 됩니다. 고레카와 긴조는 파동의 성격이 판단 불가능한 시세에 신규 출동하는 것은 도박행위이며, 그것은 건전한 투자자가 할 행동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므로 시세 파동의 성격이 판단 불가능한 국면을 맞으면, 신규 출동한다거나, 고민하기보다 단호하게 퇴진하여 휴전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단 하나의 방어책이라는 것이지요. 유념해야 할 시세의 도는 '매도', '매수', '휴식'의 삼근도라고 합니다. 역시 투자의 대가답게 매도와 매수뿐만 아니라 휴식을 강조합니다. 다른 위대한 트레이더들도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전 거래에서 큰 수익을 보았는데 이어지는 트레이딩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고백은 흔히 들을 수 있지요. 직전 거래에서 큰 손실을 본 경우에는 이를 만회하겠다고 무리해서 진입했다가 더 큰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는 저도 겪어보았습니다. 삼매에 휴식이 들어가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게 아닙니다.
마치며
복팔분과 넝마주, 그리고 삼매전. 가치투자 투자자뿐만 아니라 트레이더 관점에서도 계속 되뇌어봐야 할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넝마주는 가치투자 입장에서 가치주의 하락 때 저점 매수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복팔분의 경우는 매도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수익 중인 주식을 어떻게 매도할지는 많은 투자자들의 숙제일 것입니다. 목표가에 도달했다면 미련 없이 나올 수도 있겠고, 분할 매도로 대응할 수도 있겠으며, 추세를 탔다고 판단한다면 굳이 매도하지 않고 추세 반전이 일어날 때까지 놔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2024.01.09 - [투자] - 고레카와 긴조가 말하는 투자 공부를 하는 자세
마지막으로 정리된 고레카와 긴조의 투자 철학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1. 수면 하에 있는 우량한 것을 골라 지긋하게 기다려라.
2. 경제·시세 동향으로부터 항상 눈을 떼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라.
3. 과도한 욕심은 부리지 말고 늘 수중의 자금만으로 행동하라
4. 종목은 남이 추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고 판단해서 골라라
5. 2년 후의 경제 변화를 스스로 예측하고 경제와 시세의 대국관을 가져라
6. 주가에는 타당한 수준이 있기 때문에 탐욕을 내지 말라
7. 주가는 실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인위적인 완력시세는 멀리 하라
8. 불의의 사태 등 리스크에 늘 대비하라
9. 투자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넣지 말라
10. 눈앞의 돈만 생각하는 매매보단 더 넓은 투자 의미를 가져라
2024.01.09 - [투자] - 자신만의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_고레카와 긴조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age Analysis에 관한 Stan Weinstein의 인터뷰 (1) | 2023.12.30 |
---|---|
하이일드채권의 특징과 하이일드채권ETF의 투자전략 (1) | 2023.12.30 |
피라미딩 전략의 적용 (0) | 2023.12.27 |
분할매수의 종류_Value Averaging (0) | 2023.12.26 |
분할매수의 종류_Dollar-Cost Averaging (0) | 2023.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