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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monetary policy)

by Blueorbit 2024. 1. 4.

국가 차원에서 경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경기정책(business cycle policy)이라고 합니다. 경기정책은 경기가 급변하지 않고 늘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는데, 경기가 확대 국면을 지나 과열됐다가 급강하하는 패턴을 밟지 않게 예방하고, 이미 침체한 경기는 되살리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구사하는 여러 가지 정책 수단 중 대표 격이 재정정책(fiscal policy)통화정책(monetary policy)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곽해선 저. 혜다)'에 설명하는 통화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통화정책의 효과

현대 국가에서는 보통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폅니다. 통화정책의 본래 목적은 경기 대응이 아니지만 재정정책처럼 경기정책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가령 경기가 나쁘면 기업이 투자 의욕을 내지 않으며,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 해도 빌리지 않습니다. 빌린 돈으로 사업에 투자하면 적어도 시장금리 수준 이상 수익을 내야 수지가 맞는데, 경기가 나쁘면 아무래도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사업 의욕을 내지 않아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이럴 때 중앙은행이 시장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펴면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출금리가 싸져서 기업이 빚을 내 투자한 뒤 비용을 제하고도 수익을 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고 가계도 대출을 얻어 집이나 차를 사는 등 소비를 늘릴 수 있으므로, 침체한 경기가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통화정책의 방법

중앙은행이 시장금리를 낮추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일반은행(예금은행, 보통은행, 상업은행 등 일반적인 은행)과의 자금거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평소 가계나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지만, 은행과는 예금과 대출 등 자금 거래를 하면서 예금이자를 내주고 대출이자나 수수료를 받곤 합니다. 다만 영리 목적이 아니고 통화정책 견지에서 필요한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중앙은행 입장에서 은행과의 대출 거래는 시장금리 수준과 통화량이 특정 시점에 특정 수준에서 움직일 수 있게 조정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은행은 평소 사업이나 대출 거래를 위해 거액 자금이 필요합니다. 자금 마련은 고객 예금이나 차입 등 여러 경로로 가능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마련하는 한 예금이자나 대출이자 같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과 거래하면 시중 어떤 경로보다 싼 이자로 거액을 빌릴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은행과 거래할 때는 대출금리를 시중 대출금리보다 낮게 매기기 때문입니다. 영리 업체인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중앙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이 가장 싼 거래 상대이기 때문에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이 점을 이용해서 은행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시장금리 수준을 내리려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먼저 은행 상대 대출금리를 내리는데, 은행은 중앙은행에서 전보다 싼 금리로 대출을 늘려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보유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가계나 기업 상대 대출금리를 내릴 여유도 생깁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은행은 영업상 유리한데, 이는 대출금리가 싸지면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이 영업이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면 은행에서 가계와 기업 등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화량이 늘어나고, 그만큼 금융 시장에서는 자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므로 지장 금리 전반이 내리게 됩니다. 시장금리가 내리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어 침체한 경기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시장금리 수준을 올리려고 한다면, 은행과 거래하는 대출금리 수준을 올립니다. 그럼 은행도 가계나 기업 상대 대출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조달금리 수준이 오르는데 운용금리 수준을 그대로 두면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은행을 통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화량이 줄어듭니다. 그만큼 금융시장에서는 자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므로 시장금리 전반이 오르게 되고, 이에 따라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되므로 과열된 경기가 진정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통화정책에 대한 은행의 반응

현실에서는 중앙은행이 은행 상대 금리(bank rate)를 조정하더라도 은행이 곧바로 대고객 금리를 따라 조정하지 않고 미적거릴 때가 잦습니다. 대개 그럴수록 득을 보기 때문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거래 부문에서 조달금리가 내릴 때 운용금리를 그대로 두면 조달금리와 운용금리 간 차이가 벌어져 이자를 더 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대 은행 상대 금리를 올릴 태세면 은행이 먼저 대고객 대출금리를 올리기도 합니다. 조달금리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대출운용금리를 높여 금리 차를 벌리면 이자를 더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평소 더 많은 예금과 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금융회사들과 금리 경쟁을 벌입니다. 만약 경쟁 은행이 중앙은행 정책을 따라 고객 상대 대출금리를 내리고 대출을 더 많이 확보한다면, 내키지 않더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면 은행도 따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istockphoto

 

정리하자면

중앙은행은 정책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은행 상대 금리를 조정해서 시장금리 수준과 통화량을 조정합니다. 은행 상대 금리 조정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차원에서 구사하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시장금리 수준과 통화량을 움직여 경기 흐름을 바꾸는 효과가 커서 경기정책 수단으로 자주 이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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