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 우위와 일기

얼마 전 이틀에 걸쳐 '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 수업'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유튜버라는 것과 월가에서 근무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읽은 그의 책이 요즘 제가 해오던 고민들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습니다. 뜻밖에 만나는 책은 정말 생각지 않게 맞이하는 반가운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에서(그리고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저자는 확률적 우위, 자본금 그리고 절제를 강조합니다. 이중 이번 글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확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안전마진은 그중 가장 유명한 개념이겠지요. 그렇다면 이 안전마진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확률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실력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월가 아재는 대표적인 투자 전략들과 이에 대한 공부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는데 이 내용 자체도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강조하는 일기의 중요성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들은 어떤게 있나요? 저는 글쓰기가 그중 하나입니다. 저의 또 다른 버킷 리스트가 여행 특히 해외여행 자유롭게 가기인데, 해외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가장 먼저 독서와 글쓰기였습니다. 그 글쓰기에는 일기도 들어 있습니다. 아니 일기 쓰기가 목표라고? 그건 지금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일기 쓰기는 지금도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왜 일기를 쓰고 싶어 하면서도 쓰지 않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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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어렸을 때 숙제로 했던 일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방학 숙제를 처음 며칠을 쓰다가 그만 두고 개학 전날에 몰아서 이전 일기를 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밀린 일기의 내용은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보다는 그날 했던 일과들 위주였습니다. 그 이후에 대학에 가서도 다이어리를 쓰고는 했는데 비슷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 수 차례 일기 쓰기에 도전했지만(말 그대로 일기는 제게 갈수록 '도전'이 되어갔습니다) 역시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게는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 하고 싶은 일에 일기 쓰기가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즉,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그리고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어가는 일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이직 후 열심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당직도 많고 일과 시간에는 짬이 거의 안 나지만 두어 달 완독한 책이 30권 정도 됩니다. 책은 대부분 투자와 자기 계발에 관한 서적들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고 투자로 성공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투자 실력을 올리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최근 몇 달간의 투자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 확률적 우위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세상과 투자를 흑백논리가 아닌, 가능성과 확률의 관점으로 보고 싶고 좋은 선택을 할 승률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개념을 월가 아재의 책에서 읽으니 무척 반가웠지요. 그리고 이를 위한 여러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그는 일기를 사고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일기를 단순히 일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현재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쓸 것을 제안합니다. 그 주제들에 대해 숙고하고 객관화하면서 여러 측면을 생각하게 되면 사고의 깊이가 깊어진다는 것이지요. 투자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점들이 생겼을 때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메모를 해 놓는 것도 좋겠지만 이에 대해 일기를 통해 자유롭게 생각해 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정리하는 과정은 분명 그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투자와 인생에서 여러 결정을 내릴 때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이게 되겠지요.

 

한 번 더 생각해봐도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 하고 싶은 것 중에는 일기를 포함한 글쓰기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공부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이를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토론하는 과정은 분명 의미 있고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가 아재는 일기를 내 인생에 관한 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행복의 중요성과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행복의 수준을 높이는 것에 대한 그의 깨달음을 전해주는데 저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글쓰기 특히 일기 쓰기는 돈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행복을 더욱 크게 해주는 적어도 나에게는 확실한 수단이라고 확신합니다.

 

새해 시작한 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그중 몇 꼭지는 블로그에도 올리겠습니다. 일기를 꾸준히 써나간다면 경제적 자유에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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