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들은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시장에 머무르되, 너무 오래 머무른 나머지 약세장에 사로잡히지는 말아야 한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케인스는 투기로 좀먹은 시장에서의 거래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스냅 게임, 올드 메이드 게임, 의자 뺏기 게임이다.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스냅을 외치는 사람, 게임이 끝나기 전에 올드 메이드 카드를 옆사람에게 넘기는 사람, 음악이 멈출 때 자기 몫의 의자를 차지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심심풀이 오락이다. 게임의 모든 참가자들은 올드 메이드 카드가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또는 음악이 멈출 때 참가자 가운데 몇몇은 의자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들 흥분해서 증기는 게임이다.
투기꾼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주식 매수 및 매도의 시기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이다. 투자에 뛰어든 초기의 케인스는 이런 믿음에 따라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예측을 하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케인스는 1920년대 말 저술한 '화폐론(A treatise on Money)'에서 이 전략의 배후에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가장 현명한 주식 참여자는 사건의 실제 흐름보다는 군중 심리를 예측하고, 이런 예측을 통해 비이성을 흉내 낼 때 종종 이익을 보게 된다. 따라서 군중에 의존하여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이 형성되는 한,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전문가는 비록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한 발 앞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이득이 된다.
1920년대 케인스는 '신용순환주기 투자법'이라고 이름 붙인 전형적인 투기꾼의 시장 예측 접근법을 충실히 따랐다. '신용순환주기 투자법'이란 주식시장의 오래된 격언을 적용한 개념이다. 그 격언이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것이다.
케인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보통주의 신용순환주기 투자법이란 "시장 하락기에 시장을 선도하는 주식을 팔고, 시장 상승기에 이를 사는 것이다." 이는 증시 투자에 대한 '거시적 접근법이며, 투자주기의 서로 다른 국면에서 전체 주식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매수 및 매도의 시스템적 접근이었다.
이는 때로 '모멘텀 투자'라거나 '예측적 거래' 등 보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주식시장의 기류 변화를 파악하고 투자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투자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신용순환주기 투자법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내재적 가치 평가보다는 가격 모멘텀이 가장 중요한 투자 근거가 된다. 개인이 '군중 심리'와 같이 유동적이고도 변덕스러운 것을 예측해야만 하는 이런 투자 접근법은 케인스가 훗날 알게 된 것처럼 결코 실천하기에 만만한 것이 아니다.
케인스는 이 이 일을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100여 장의 사진 가운데 가장 예쁜 얼굴 6장을 골라내야 하는 경연대회가 있다. 상은 전체 경쟁 참가자가 선호하는 평균에 가장 가깝게 일치하는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각각의 참가자는 자기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이 아니라, 다른 경쟁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 얼굴을 골라야 한다.
참가자들은 모두 똑같이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판단한 후 가장 예쁜 얼굴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다. 또한 평균적 여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할 만한 얼굴을 골라내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평균적 여론이 기대하는 평균적 여론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하는 데 모든 노력을 바쳐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더 높은 단계에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멘텀 투자자는 다란 사람의 마음을 미리 점칠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움직인다. 사물이 끝없이 반사되는 거울 복도에서 개인들은 '평균적 여론이 기대하는 평균적 여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통찰해야 한다. 이에 반해 가치투자자들은 심사숙고 끝에 자신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골라낼 뿐이다. 그들은 다른 심사위원들이 결과에 대해 가지고 잇을 생각을 추측해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꿰어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현명한 투자자는 결국에는 가장 예쁜 미녀가 단상에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Reference
버핏도 따라한 케인스의 주식투자 비법. 저스틴 월쉬 저. 손정숙 역. 부크홀릭
2023.12.24 - [투자] - 롤라팔루자 경향(Lollapalooza tendency)이란?
2024.01.14 - [투자] - 개인 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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