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손가락 진찰(수지검사, Digital Rectral Examination)은 진단상 아주 중요한 수기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습해야 한다. 손가락 진찰은 보통 검지로 하지만 항문 협착이 있을 때에는 소지(새끼손가락)를 이용할 때도 있다. 장갑을 착용하고 윤활제를 충분히 도포한다. 윤활제는 무자극성이면 아무것이나 좋고 보통 리도카인 젤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주 희소하지만 리도카인에 과민성 반응을 일으키는 환자가 있는데, 이 경우 5% 석탄산바셀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검지의 두 번째 마디까지 삽입하면 손가락 끝은 미골 또는 천골 전면에 도달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간단하게 손가락을 삽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통이나 수치심 때문에 극히 긴장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난폭한 손가락 진찰로 인해 급격한 혈압 저하나 그에 동반되는 식은땀, 의식 장애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이 진료를 거부하게 하는 사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진찰 전에 지금부터 항문 내에 손가락을 삽입하니, 다소 불쾌감과 배변감이 있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설명하고, 먼저 항문 주위를 가볍게 압박하면서 압통이나 단단한 덩어리 유무를 확인함과 동시에, 환자에게는 지금부터 손가락이 항문 내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때 가볍게 힘을 주라고 시키면 치핵의 탈출이나 직장탈출을 확인할 수 있다.
염증 발작기의 치핵이나 치열, 항문주위 농양, 항문암 등에서는 아주 동통이 심하고, 손가락의 삽입이 불가능할 때도 있으니 국소마취하에 진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수기 1
검지의 끝 마디를 항문의 장축에 따라 삽입하면, 항문륜을 형성하는 항문 내괄약근에 닿는데, 이것의 긴장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질환의 존재를 알 수 있다.
긴장이 항진되어 있는 경우:
신경질적 환자, 치열, 중추성 긴장성 질환
긴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
Goligher 분류 3도 이상의 치핵, 직장탈출, 직장주위 농양, 직장암, 직장이 물, 중추이완성 질환, 노령, 동성애자
항문연에 발생한 치열이나, skin tag, 외치핵, 항문폴립, 부은 항문소와, 항문주위 농양, 항문암 등을 촉진할 수 있다. 이때 검지지뿐만 아니라 엄지도 동시에 사용해서, 항문연을 끼고, 훑는 것처럼 해서 그 부위에 발생한 종창의 성질을 조사한다. 즉 염증성 침윤이 있고 종괴가 있으면 항문주위 농양을 의심하고, 염증이 적고 종창의 중심에 단단한 핏덩이가 있으면 혈전성 외치핵을 의심한다.
수기 2
그다음에 가운데 마디까지 삽입하면 항문관 전체를 촉진할 수 있다. 여기서 손가락을 360도 회전하면서 손가락의 안쪽으로 치핵의 크기나 위치, 탈출 정도를 확인함으로써 치루의 1 차구, 경결, 누관의 방향, 압통 등을 검사한다. 치루의 진단에는 여러 가지 검사법이 있지만, 숙달된 손가락 진찰은 이 모두에 필적한다. 그리고 항문관을 형성하는 근육군의 긴장상태나 압통을 검사하는데, 직장주위 농양의 초기에는 명확한 파동이 있지 않더라도, 근육의 희소한 종창, 압통을 확인해서 농양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수기 3
손가락을 끝까지 삽입하면 손라락 끝이 직장 팽대부에 도달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덩어리의 유무로, 직장암의 약 80%는 손가락 진찰로 발견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외 직장 폴립이나 궤양, 미란, 이물 등도 확인 가능하다.
직장의 인접장기의 변화는 직장, 항문 질환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부위에 대한 검사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방광, 영성의 경우 자궁 및 자궁부속기의 일부가 만져진다. 골반뼈에서는 전방의 치골, 측방에 좌골 결정, 후방에는 미골 및 천골의 일부가 만져진다. 그리고 골반바닥근육군의 변형, 압통에 대해서도 검사한다.
변비를 호소하는 여성 중에 직장 질벽 이완증이 있다. 이 경우 직장 전벽이 주머니 모양으로 되고, 강하게 압박하면 질구에 질점막이 노출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배변조영술로 확인을 한다.
수지 검사에서 진찰 후 묻어 나온 직장 내용물에 대해서도 관찰이 필요하다. 손자락 진찰에서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어도 손가락에 혈액이나 점액의 분비물이 있으면, 원위부 측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더 정밀한 검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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