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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투자에 필요한 베이즈적 사고

by Blueorbit 2024. 2. 22.
기초적이지만 약간 부자연스러운 이 기초 확률 수학을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지 않으면,
엉덩이 걷어차기 대회에 출전한 외다리 사람처럼 힘든 삶을 살게 된다.
자신 이외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미리 어드밴티지를 주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찰리 멍거

 

투자자에는 확률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무조건 이렇다, 그렇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그렇게 될 확률은 70%이다, '예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30%이다'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확률에는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항상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요소가 있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투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확률과 떼어낼 수 없으며, 확률적 우위를 조금씩 높여가는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가우탐 바이드 저. 김상우 역. 부크온)'에서는 조건부 확률 즉, 베이즈의 법칙(Bayes' s rule)에 대해 설명합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사후 확률-사전 확률 x우도비'의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사후 확률은 두 경쟁 가설들의 확률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방정식에 따르면, 우리의 사전 믿음은 우도비(가능성비)의 도움으로 수정될 수 있는데, 우도비가 높을수록 해당 상황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한 여러 근원에서 나올 수 있지만, 그중 훌륭한 한 가지 근원은 기저율(base rates)입니다. 투자에서 이러한 베이즈의 법칙을 알아야 하는 것은 가치 평가를 했을 때의 확률을 새로운 정보들로 조정해 나감으로써 그 우위를 높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2015년 산제이 바크시 교수가 제시한 베이즈적 사고의 6가지 핵심 통찰을 소개하였습니다.

 

1. 모호한 언어는 숫자를 사용한 확률로 바꿔라.

그 이상은 아니더라도, 그 문제가 허용하는 만큼의 의심 사항은 식별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분명하거나 불가능한 것들은 매우 적다. '아마도(maybe)'란 말은 그다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불확실성 숫자판은 3개 이상의 설정이 필요하다. 뉘앙스가 중요하다. 여러분이 더 많은 불확실성을 식별해 낼수록, 더 나은 예측가가 될 수 있다. 포커 게임에서처럼, 승패 확률 60대 50의 베팅과 40대 60의 베팅(혹은 55대 45의 베팅과 45대 55의 베팅)을 경쟁자보다 잘 식별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드밴티지를 가진 것이다. 모호한 말이 넘치는 예감을 숫자를 사용한 확률로 바꾸는 것이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인내와 실행뿐이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어떤 일의 결과를 예측할 때 '거의 확실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가능성이 반반이다', '아마 아닐 것이다', '거의 확실히 아니다' 등의 문장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베이즈주의자들은 확률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신중하며, 위의 용어들을 확률로 표현했을 때는 93%, 75%, 50%, 30%, 7% 정도로 표현합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조금은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투자를 할 때에는 본인의 의견이나 기업의 이벤트나 상황에 대한 평가를 숫자로 표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업의 상태를 설명하는 언어인 회계 용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이야기를 숫자로(반대로 숫자를 이야기로) 바꿈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조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2. 항상 기저율을 염두에 둬라

인간 본성상, 아주 많은 사례들의 결과(사전 확률 혹은 기저율)에 주목하면서, 한 개별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우도비)'를 무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주식과 이 기업이지, 이런 종류의 주식들 혹은 이런 종류의 기업들은 아니다. 너무 많은 수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탈린이 무시무시하게 말한 것처럼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수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 투자를 할 때 우리는 전체적인 전략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거의 항상 주식별로 투자를 한다. 한 주식에 대한 스토리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면, 우리는 어떤 한 종류 전체 주식들의 기저율은 기꺼이 무시한다.

 

역대 통계 정보를 나타내는 기저율은 수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불편하거나 지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토리는 유혹적입니다. 흔히 성장주는 결과(숫자)를 보여주기 전에 우선 스토리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많이 하락하였지만 턴어라운드를 예측하는 우량주들의 이야기도 우리를 설레게 하지요. 그러나 워런 버핏이 '일반적으로 극심한 변화와 매우 좋은 수익률은 함께 하지 않는다',  '턴어라운드 종목들이 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했듯이 우리는 기저율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안전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바닥을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턴어라운드 증거가 이미 확실해지고 있는 시기, 즉 많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제거된 시점에 들어가는 것을 노려볼 수 있겠습니다.

 

 

3. 너무 좋아 사실 같지 않은 스토리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스토리는 우도비를 높임으로써 사후 확률도 높이는데, 이는 펀더멘털 투자자에게 중요합니다. 평균 회귀를 믿고 통계적으로 싼 주식에 투자하려는 그레이엄과 도드 스타일의 투자들에게 기저율은 매우 중요하고, 특정 주식의 스토리는 덜 중요합니다. 그러나 피셔나 멍거를 따르는 질적 투자자들의 경우는 특정 기업에 대해 가능한 많이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진흙에서 보석을 찾아내려면  기본적인 기저율을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기저율만 중시한다면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을 지나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 역시 이러한 실수로 많은 기회를 흘려보냈다고 한탄한 바가 있지요. 따라서 가치 평가에서 정성적 평가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되고, 훌륭한 기업을 찾아내서 적절한 가격에 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4.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라

소음이 많은 뉴스 흐름에서 가치 있는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를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분기, 월간, 혹은 일간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재무제표의 질적 변화가 그런 장기적인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많은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쁜 판단을 유발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성공한 투자자들의 가장 희소한 자원은 돈이 아니라 관심이며, 투자 능력은 모든 것을 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분별력 있게 무시하는 것, 요컨대 무시해야 할 것들을 현명하게 골라내는 데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왜 월스트리트가 아닌 오마하에 있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5. 다윈의 '사고의 황금률'에 주목하라

나는 오랫동안 황금률, 요컨대 '나의 일반적인 연구 결과에 반하는 어떤 공개된 사실, 새로운 관찰 혹은 생각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빠짐없이, 그리고 즉시 메모한다'는 황금률을 따랐다. 그런 사실과 생각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실과 생각들보다 훨씬 쉽게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 덕분에 나는 나에게 제기된 거의 모든 반대 의견에 대해 최소한 알고 답하려 했다.

 

"(의견을 수립할 때는) 자신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보다 그 반대 의견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라고 한 찰리 멍거가 말했듯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가능한 많은 확증 증거를 찾는 것이 더 일반적인 반응인 우리의 유전자 구조로는(그럼으로써 확증 편향에 빠지는) 사뭇 부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올바른 정신으로 수행할 때 이런 사고법은 우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객관적이면서 비편향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됩니다.

 

 

6. 주식시장을 패리-뮤추얼 베팅 시스템(Pari mutual betting system)으로 보라

예를 들어 한 상품산업에 숨겨진 아주 잘 운영되는 어떤 '틈새기업'을 시장이 '상품기업'으로 평가할 때, 이는 기회가 된다. 사려 깊은 베이즈적인 투자자는 그 기업이 상품산업에 속했다는 사실(낮은 사전 확률은 놓치지 않으면서, 그 기업을 특별히 훌륭하게 만든 그 기업 고유의 주요 요인(즉 우도비를 높인 요인)들을 고려한다.

 

찰리 멍거는 경마와 주식투자의 성공 비결이 똑같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이를 패리 뮤추얼 방식으로 설명했는데요, 인기 있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주식에 베팅한 사람이 반드시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업을 매수하거나 좋은 말에 건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수익률을 초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멍거는 지금까지 패리 뮤추얼 시스템에서 돈을 번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돈을 번 사람들은 자주 베팅하지 않는다(Thy bet very seldom). 그들은 주식이나 경마를 유심히 관찰하지만, '가격이 잘못 매겨진 베팅(mispriced bet) 기회를 발견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워런 버핏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경마장의 말을 모두 평가하려 한다면 아무런 우위도 확보하지 못할 것입니다. 평가 대상을 잘 선택해야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과거 통계나 공식에 의존하면, 실적은 화려하지만 곧 아교 공장에 팔려갈 늙은 말에 돈을 걸기 쉽습니다."

 

주식시장 같은 패리-뮤추얼 시스템에서 투자자는 다른 투자자들과 반대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투자자가 매수를 한다면 그 종목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있겠지만, 상대방은 고평가 됐다고 판단하고 매도를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둘 중에 한 명은 틀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려 깊은 투자자라면 거래를 하기 전 본인과 상반되는 상대의 논리를 유추해 봄으로써 자신의 판단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탄탄하게 할 수 있을 기회가 됩니다. 저평가되었다는 가치평가가 옳았다면 이런 투자자의 사후 확률은 주식시장이 그 기업에 대해 평가하는 사후 확률보다 훨씬 좋을 것이고 이는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또한 진정한 기회는 누구나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보다는, 소수만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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