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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양 떼와 집단 심리

by Blueorbit 2024. 2. 23.

주식시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동물로 황소(Bull)와 곰(Bear)을 들 수 있습니다. 황소는 강세장이나 매수세, 곰은 약세장이나 매도세를 대표합니다. 시장의 유명한 격언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상승장이던 하락장이던 추세에 맞게 트레이딩을 한다면 어느 쪽에서든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황소도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번다.
하지만 돼지는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반면 돼지로 표현되는 탐욕을 가진 트레이더는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손실을 잘라내야 할 때 잘라내지 못하거나, 이익을 보고 있을 때 더 많이 얻기 위해 버티다가 수익을 다 잃기도 하고 오히려 손실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황소나 곰을 따라다녀도 절대 돼지를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언급되는 동물은 황소, 곰, 돼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 떼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양'떼'라는 무리 혹은 군중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생각 없이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투자자들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왜 추세추종 전략인가'에서 저자인 마이클 코벨은 추세추종 기법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었는데, 촬영 당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양 떼 목장이었습니다. 보통 양들은 무리 상활을 하는데, 겁이 많기 때문에 무리에 떨어지면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는 촬영 첫날 저녁 양 떼들을 반으로 나누어보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양들이 서로 뭉치를 반복한 까닭입니다. 양들은 소리도 지르지 않았고, 표정에도 변화가 없었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고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들과 고립된 채로 생존하기는 힘듭니다. 공동체라는 울타리는 인간에게 안도감과 확신을 주기도 하지요. 이는 수만 년간 인간이라는 종이 살아남고 번성한 비결이기도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도움이 되는 능력은 결코 아닙니다.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트레이더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제언은 잘 알려져 있지만, 수년 전에 비해 HTS, MTS가 개발되었고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최신 뉴스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게 오늘의 상황인지라 독립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종 전자 기계가 공포에 질린 양 떼처럼 군중심리에 흔들리는 인간의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탐욕, 희망, 공포, 거부, 군중심리, 충동, 조바심 등의 감정들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지요. 시장의 과열과 거품을 무한대로 키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같은 선택을 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무리를 벗어나 반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양털 깎기에 당하지 않을 테니까요.

 

대중과 다르게 움직여야 하는 게 투자자의 성공 요건 중 하나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 겁니다. 그런데 추세추종 트레이더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추세를 따른다는 점에서 추세추종 트레이더는 대중과 함께 움직입니다. 어떤 트레이더는 공동체가 주는 안락감마저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저점매수 고점매도가 아니라 고점매수 고점매도를 외치는 그들이 집단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이걸 볼 때 무조건 타인들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추세추종 기법의 핵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추세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만들어 내는 힘이니까요. 남들과 함께 행동하면 안도감을 느낍니다. 잘못된 선택이라도 적어도 혼자 틀린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들이 비싸다고 할 때 오히려 추세를 보고 올라타는 것, 미실현 손실은 손실이 아니라는 궤변에 맞서 전략적으로 손절하는 것, 익절은 무조건 옳다는 헛소리와 듣지 않고 계속 이익을 따라가는 것,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각종 뉴스를 보지 않고 가격에 집중하는 것은 일반적인 대중과 다른 추세추종 트레이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효율적이지 않은 시장에서 집단 심리로 인해 일어난 변동성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사냥꾼들입니다. 하락장의 공포에서는 손절로 이미 전에 빠져나왔기에 떨어지는 폭포 밖에서 흐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떨어진 주가가 반등을 한다면 이를 확인하고 흐름에 동참합니다. 상승장에서는 어떤가요? 챙길 만큼 챙겼다고 일찌감치 나오지 않고 파도를 타고 다닙니다. 그러나 천장을 잡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꼭대기에서 흐름이 꺾였을 때, 상승추세가 꺾였을 때 어느 정도의 상승분은 분할매도나 trailing stop으로 시장에 반납을 하고 하락추세가 만들어지기 전에 나옵니다. 뒤늦게 초대받은 파티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타인들의 식비까지 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명한 트레이더와 투자자란란 각종 인지 편향과 집단 심리를 파악하고 스스로를 성찰하여 이를 경계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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