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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살아남는다'의 사고방식

by Blueorbit 2024. 2. 20.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과 살아남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전자는 후자를 필요로 한다.
파국은 피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Nassim Taleb

 

'High risk, hig return'

커다란 위험을 무릅써야 큰 수익이 따라온다는 말입니다. 심지어는 큰 금액과 큰 손실률을 버텨야 큰돈을 벌 수 있으므로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글도 종종 봅니다. 뭔가 'All in'을 나지막이 읊조리는 상남자의 모습마저 느껴지는군요. 이번 하락장을 거치면서 저에게 더욱 각인된 것은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중요성입니다. 돈을 벌자고 투자 혹은 트레이딩에 뛰어들었는데 고리타분하게 위험관리 운운하니 보기에 따라서는 소심해 보이고 심지어 그럴 바에는 예금이나 하라는 반응도 봅니다. 그러나 하락장의 쓴 맛을 꼭 안 보더라도 철저한 수비로 생존을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마저도 얻을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초 몇 주 간의 반등을 보며 포모로 힘들어하는 글들을 읽고 저 또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잘 살아남았다는 데 감사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앞으로도 열리고 기회는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므로 그러한 기회를 잡아낼 실력을 갈고닦는 동안 위험관리가 저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험관리를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해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에서 배워보겠습니다.

 

1. 파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가장 큰 수익을 얻는다

- 큰 수익을 바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파산을 피하는 것이다. 파산을 피할 수 있다면 복리의 원리를 따름으로써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강세장에서 현금을 들고 있는 경우 (그때 보기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는 자산을 보유하지 않음으로 인해 내가 포기하는 수익이 얼마인지 예리하게 의식하게 된다. 그러나 그 현금 덕분에 약세장에서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면, 그 현금으로 인한 실제 수익률은 연간 1퍼센트가 아니라 그 몇 배일 수 있다. 좋지 않은 시기에 절박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 파는 일을 한 번 막는 것이, 크게 성공할 주식 수십 가지를 고르는 것보다 평생 수익률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복리의 원리는 큰 수익률에 의존하지 않는다.

 

3년 전 강세장에서만 해도 'Cash is trash'란 말이 옳아 보였습니다.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의 수익률에 비해 예적금, 채권 등의 안전자산은 감히 비교도 못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2년 전에는 어땠나요? 크게 가격이 떨어진 미국 우량주를 공포를 이겨내고 매수하고 싶어도 현금이 모자랐습니다. 그렇게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하락장에서 싸게 좋은 주식을 매수하는 부자들과 포모로 이미 현금을 다 써버린 초보자들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강세장에서의 수익률을 본인의 실력으로 착각하던 많은 사람들의 평균 수익률은 다시 원점 아니 그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강세장에서도 현금을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약세장이 도대체 언제 올줄 알고요? 복리의 원리는 큰 수익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모건 하우절의 주장은 저에게 답을 주었습니다. 답은 약세장이 언제 올지 몰라도 현금을 혹은 안전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깎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하락 중인 주식을 헐값에 파는 행위를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률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주식이 할인됐을 때 수량을 늘리는 것이지요. 개인마다 비중은 다르겠지만 일정 부분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은 조정장이나 하락장에서 할인된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총알이 될 뿐만 아니라 보유 중인 주식을 그러한 장세에서 어쩔 수 없이 팔게 되는 일을 막음으로써 수익률을 올려주거나 보전해 줍니다. 우리가 일정 금액의 현금을 갖고 있다면 그 액면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상대적인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우리는 분명 느끼고 있습니다. 꼭 화끈한 수익률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장기간 괜찮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중간중간 현명하게 위기를 넘겨가면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워런 버핏 옹 역시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Cash is king'일 때가 현금을 보유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때라고 강조하였습니다.

 

2.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세운다

-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획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이다. 재무 설계 및 투자 계획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지금 나의 행동이 적정 범위 내에 있는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 계획이란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때에만 쓸모가 있다. 좋은 계획은 험준한 현실(미래는 알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오류의 여지를 강조한다. 계획 속의 구체적 요소들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면 그만큼 경제생활은 위태롭다는 뜻이다.

- 수많은 도박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도박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상황이 정확히 일치할 때에만 맞아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종종 '안전마진'이라 불리는 실수를 허용할 수 있는 여유는 사람들이 금융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다. 안전마진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검소한 생활, 유연한 사고, 느슨한 일정.
즉,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더라도 만족하며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이든 해당된다.

- 안전마진은 보수적인 것과는 다르다:

보수적인 것: 특정 수준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

안전마진: 생존 확률을 높임으로써 주어진 리스크 수준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

안전마진이 넓다면 결과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도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인생에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삶과 투자가 그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지요. 지나고보면 지난날 계획을 세우는데 왜 그리 시간을 들였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그리고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떻게 경로를 수정해야 할지에 알기 위해서는 로드맵이 필요한 법입니다. 계획을 수립할 때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상 밖의 일이 분명히 일어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가능한 변수들을 예상해 보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해봐야 하고 이에 더해서 예상하지 못한 블랙스완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과 투자에서 블랙스완을 염두에 두고 안전마진을 마련하는 일은 분명 중요합니다. 모건 하우절은 검소한 생활과 유연한 사고, 그리고 느슨한 일정을 이야기합니다. 검소한 생활을 습관화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일로 돈이 부족한 상황을 맞아도 살아가는 데 큰 타격을 받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도 필요합니다. 또한 여러분도 계획을 빡빡하게 세워 놓았다가 불가피한 일로 일정이 틀어졌을 때 나머지도 계획도 엉클어진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혹은 자금 운영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았다가 시장의 변화로 어쩔 수 없이 투자금을 잃게 되는 역전세난과 같은 상황은 비단 소수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변수가 생길 것을 고려한 느슨한 일정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3.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비관적이어야 한다

- 현명한 낙천주의는 확률이 나에게 유리하며, 중간에 많은 고난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균형이 맞춰져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이다. 장기적인 성장 궤도는 우상향 한다고 낙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때때로 지뢰밭이 있다는 것 역시 똑같이 확신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 지난 170년 동안 우리의 생활 수준은 20배 높아졌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의 매일 존재했다. 편집증과 낙천주의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물을 흑백논리로 보는 편이 복잡하게 보는 것보다 노력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낙천주의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오래 버티려면 단기적으로는 편집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으로써 복리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면서도 비관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와 자본주의의 우상향에 베팅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S&P 500 주가 그래프를 보면 그들의 믿음은 옳아 보입니다. 다소 편차가 있더라도 5년 이상 투자한다면 원금은 2배 가까이 증가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지수 투자에 성공했다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본인의 투자 성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보다는 중간중간의 수많은 고비들을 버티지 못하고 매도와 매수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시장이 급락했다가 반등했음에도 투자자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는 뉴스 기사는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당장 월가의 영웅인 피터 린치의 펀드에 투자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 역시 수익률이 낮았다고 합니다.

 

현명한 낙천주의는 가치투자자와 트레이더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가치주의 주가가 결국은 가치에 맞게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가치투자자나, 트레이딩 전략의 수익률이 백테스팅을 통한 기댓값에 수렴할 것이라고 믿는 트레이더들 모두 목표로 가는 중간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래리 하이트를 위시한 많은 추세추종 트레이더들은 이번 트레이드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베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계획대로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요. 훌륭한 전략은 미래에 우리를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가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중도하치 않고 버티는 자에게만 허락될 과실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물들이 분명히 있고 꽤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마음먹어야 합니다. 우선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투기꾼이 자만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아무리 큰돈을 지불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처참하게 부서진 것은 모두 자만 때문이다.

Jesse Liver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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