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stop loss order)의 종류와 '실패 재설정'

이번 글은 손절매(stop loss order)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손실제한주문이라고도 하는 손절매는 말 그대로 손실을 끊어낸다는 용어인데 투자나 트레이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활용하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인간관계를 끊어낼 때 '그 사람 손절했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대상이 되는 인물이 본인의 인생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단절했다고 설명할 텐데요, 그동안 그 사람에게 빼앗긴 시간이라던가 정신적인 에너지를 생각하면 손절이 맞지만, 정말 그 관계를 이어갔을 때 계속 악영향을 주고받았다면 긴 인생에서 봤을 때 꼭 손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트레이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가치투자자의 경우는 본인의 투자 원칙에 '손절매란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안전마진을 잡고 들어가고 시간을 두고 가격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트레이딩에서는 어떨까요? 특히 추세추종 트레이딩에서 손절매는 전략의 필수 요소입니다. 심지어 손절을 못하면 손목을 잘라 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을 정도이지요. 물론 익절도 어려운 문제이겠으나 이익을 얼마만큼 얻고 나올까 하는 는 고민은 사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손절은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기계적으로 트레이딩 하면서 손실을 게임에 참여하는 수수료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추세추종 트레이딩은 괴로운 전략(결국에는 수익을 보겠지만)이라고 고백하는 트레이더들도 있습니다.

 

손절은 정말 중요합니다. 중요한 만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살아남는지 여부가 결정되지요. 그리고 손절을 한 다음에 다시 재진입할지 여부도 트레이더들에게는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손절의 종류를 알아보고 이어서 유명한 트레이더인 마크 미너비니가 말하는 손절 후 실패 재설정이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손절매의 종류

1. Simple loss cut(단순 손실 컷)

손실 자체의 확대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손실을 불문하고 포지션을 정리하는 전략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손절매의 개념이자 대부분의 개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simple loss cut이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진입 전에 어느 정도에 손실점을 놓을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꼭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2. Breakeven cut(본전 컷)

포지션에 진입 후 어느 정도 평가수익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본전 가격에 청산 주문을 넣어둘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손실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면서 트레이더의 마음은 편해집니다. 심리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포지션에 처음 진입할 때 손절매 주문을 걸어뒀다가 어느 정도 평가수익의 분기점이 지나면 손절매 주문을 본전 주문으로 바꿔서 걸어두는 것으로 많은 트레이더들이 권유합니다. 만약 피라미딩 전략을 사용한다면 본전 컷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본전 컷과 피라미딩 전략 활용 여부를 고민해야 합니다.

 

 

3. Trailing profit cut, Trailing stop(추적 청산)

수익을 보존하는 기술입니다. 진입 후 추세를 타서 주가가 상승한다면 이제는 흐름을 타고 다니기만 하면 됩니다. 이 경우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수익을 실현할까입니다. 급하게 팔면 이후 주가가 계속 상승했을 때 그 상승분을 놓치게 되고, 이익을 끝까지 가져가려고 버티다 보면, 즉 상투를 잡으려다 보면 추세가 꺾였을 때 상승분을 다 반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전략이 trailing stop입니다. 꼭지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고점에서 어느 정도 하락 시 나옴으로써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청산 후 다시 상승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실현한 수익에 만족하고 다른 종목을 살펴보거나 아니면 다음 기회를 보고 재진입할 수도 있겠습니다. 재진입 시 어느 정도의 수량으로(이전 수량과 동일하게 혹은 그보다 작게) 들어갈지는 트레이더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법입니다.

 

4. Time cut(타임 컷)

원하는 추세가 주어진 시간 안에 나오지 않으면 이익이나 손실을 불문하고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진입 후 하락했다면 simple loss cut을, 상승했면 breakeven stop을, 계속 상승한다면 trailing stop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꼭 상승하거나 하락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횡보도 있지요. 그리고 추세추종 트레이더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상황은 횡보장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락추세라면 숏을 잡거나 아니면 트레이딩을 쉬면 되니까요. Time cut이 필요한 이유는 기회비용 때문입니다. 트레이딩 자금이 묶여버리게 된다면 다른 종목이나 시장에서 추세가 나타났을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고수와 하수의 가장 극명한 차이가 time cut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는 말도 있습니다. 고수는 시장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예측이 빗나갔다고 생각하는 즉시 미련 없이 포지션을 정리하는데 능숙하기 때문이지요.

 

실패 재설정(failure reset)

트레이딩 시 진입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손절매(stop loss) 설정입니다. 추세를 타지 못하고 하락하게 되면 손절을 함으로써 빠르게 손실을 끊어내야 합니다. 그러나 손절을 했다고 그 종목을 아예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닌데, 흔들기, 소위 말해 개미 털기에 당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추세가 형성되었지만 아래로 흔드는 개미 털기로 떨어져 나가는 경우는 아주 많으며, 이러한 상황은 추세추종 트레이더에게는 주요 골칫거리입니다.

 

'초수익 성장주 투자'에서 마크 미너비니는 털어내기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향후 전망에 있어서 건설적인 의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손절당했다고 해서 이면의 펀더멘털이 나쁘다거나 거래가 잘못된 것만은 아니고, 단지 흔들기에 당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손절당한 후에도 해당 종목을 계속 관심 종목에 올려두고 기술적 분석으로 볼 때 매수 패턴이 다시 이뤄지는지 살핀다고 하며, 때로는 실패 후 두 번째 매수 지점이 첫 번째 차트 패턴보다 더 나은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마크 미너비니는 이런 경우를 '실패 재설정(failure reset)'이라고 부릅니다. 펀더멘털이 건재한 경우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며, 실패 재설정 후에 조건이 맞는다면 재진입(reentry)을 노립니다. 실패 재설정에는 베이스 실패(다시 매수하기 전에 새로운 베이스를 구축해야 함)와 피봇 실패(며칠 후에 재설정되어 회복이 가능)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실패 피봇 재설정은 베이스 재설정과 비슷하지만, 짧은 기간에 매수 지점이 형성되는 동안 이뤄진다는 점이 다릅니다. 피봇 실패가 반드시 베이스 실패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며, 대신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새로운 매수 지점을 재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Trade like a stock market wizard'. Mark Minervini ​

 

물론 실패한 매수 지점이 모두 재설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패턴, 예를 들어 손잡이가 달린 컵(cup with handle) 모양을 완성해 가는 와중에 개미 털기에 당한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그때는 당연히 정해진 손절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종목을 그냥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관심 종목 리스트에 넣어 놓고 실패 재설정이 가능한지를 봐야 합니다.

이후 원하는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섣불리 손절하자마자 뒤를 확인하지 않고 재진입하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할 것입니다.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트레이딩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손절매의 종류를 알아보았습니다. 진입하기 전부터 손절점을 정해두고, 진입 후에는 바로 손절매 주문을 넣어야 하며, 이후 상황에 따라 적절한 손절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그 내용인데, 이러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이며 트레이더가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자동적으로 기계처럼 하려면 시스템 트레이딩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손절하고 나왔을 때 감정적으로 재진입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다시 들어갈 타이밍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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