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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RNA 치료제와 나노지질입자

by Blueorbit 2024. 2. 15.

최근 제약계에서 많은 항체치료제와 RNA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때 모더나백신 이후로 RNA 치료제의 관심이 높아졌지요. 제약회사 투자를 할 때 해당 기업이 어떤 약제를 개발 중이고 그 약제의 작용 기전은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술이 각광을 받을지 공부하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이오 투자의 정석(박한슬 저, 생각의 힘)'에서 설명하는 RNA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새롭게 다가올 의약품, RNA 치료제

현재 바이오의약품의 주류는 항체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도 생체기능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굳이 항체의약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요. 인체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DNA에 기록된 유전자에 따라 발현되지만, DNA는 중요한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매체라 이를 직접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종의 라틴어 성경 원문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전정보를 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DNA의 복사본이라 할 수 있는 RNA입니다. RNA에 담긴 유전정보가 단백질 합성 기계인 ribosome에 도달하면, 유전정보는 비로소 구체적인 인체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로 바뀌게 됩니다. 항체의약품은 이렇게 만들어진 최종적인 단백질을 조절하여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종 산물인 단백질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앞 단계인 RNA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생체기능을 조절하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RNA 치료제의 개념입니다.

 

RNA 치료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목적하는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RNA를 직접 몸에 넣어 주는 방식의 치료제입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유명해진 독일의 바이오앤텍 BioNTech, NASDAQ:BNTX이나 미국의 모더나 Moderna, NASDAQ:MRNA 같은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이와 같은 방식인데, 세포 내의 단백질 합성 기계인 ribosome이 바로 인식할 수 있는 형태의 RNA인 mRNA를 직접 몸속에 넣어 주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원하는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생성되고, 만들어진 단백질은 생체기능 조절에 효과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됩니다. 항체의약품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단백질을 틀어막는, 일종의 negative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positive 방식의 조절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단점은 표적특이성이 높지 않다는 점과 인체의 면역계가 이렇게 생성된 단백질을 외래 단백질로 인식하여 면역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에 가깝지만,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계기로 인체 적용 가능성을 확인받았으므로 관련 분야는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외에 FDA 승인을 받은 다른 약은 없다시피 하지만 말이지요.

 

 

두 번째 방식은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는 RNA에 짝이 맞는 저해 RNA를 넣는 방식인 RNA 간섭 interference 치료제입니다. 가령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이상지질혈증 중 일부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대사를 억제하는 단백질이 너무 늘어나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대사를 억제하는 단백질이 감소하면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콜레스테롤 대사 억제 단백질을 만다는 mRNA에 짝이 맞는 저해 RNA(안티센트 RNA)를 넣어 주면 콜레스테롤 대사 억제 단백질의 생성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약이 인클리시란 Inclisiran입니다.

 

인클리시란은 미국의 제약사 앨나일람 Alnylam, NASDAQ:ANLY이 개발하고 스위스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Norvatis, NSYE:NVS가 허가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데, 같은 단백질을 목표로 개발된 항체치료제보다 훨씬 투여 빈도를 낮추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인클리시란이 2021년에 FDA에서 승인을 받고 좋은 성과를 낸다면 비슷한 방식의 치료제 개발과 판매가 대폭 증가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바이오의약품은 곧 항체의약품이라는 단순한 도식은 깨지게 되지요. 혁신적인 신약을 사용하는 인류에게도 큰 축복이지만, 눈 밝은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입니다.

 

mRNA 전달과 트렌슬레이트 바이오

mRNA를 직접 넣어 주는 방식은 표적 특이성이 떨어집니다. 목적하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개발하는 것 자체보다 이를 원하는 위치로 적절히 전달하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트랜스레이트 바이오 Translate Bio, NASDAQ:TBIO에서는 mRNA가 포함된 치료제를 cystic fibrosis 환자가 코를 통해 흡입함으로써 호흡기계와 폐에 최대한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가령 화이자-바이오앤텍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나 모더나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역시 mRNA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들 백신은 극저온(영하 20'C - 70'C)에서 보관해야 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성은 mRNA 자체가 무척 손상되기 쉬운 물질이기 때문에 나타나는데, 이렇게 훼손될 가능성이 큰 물질을 어떻게 코로 흡입할 수 있는 것일까요? 비밀은 mRNA를 감싸고 있는 껍질 격의 물질인 나노지질입자 덕분입니다. mRNA는 아무것도 없는 물에만 넣어 두어도 자체적으로 분해가 이루어지는 매우 민감한 물질입니다. 그래서 mRNA를 약물 형태로 가공하려면 생산됨 mRNA를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고 원하는 곳까지 전달하기 위한 막을 씌우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막의 후보물질로 여러 가지가 사용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완벽히 실용화됐고 또 실제로 장점이 많은 기술은 mRNA를 미세한 기름막으로 싸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나노지질입자 Lipidnanoparticle, LNP이지요. 단순히 기름막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외부 변화로부터 mRNA를 보호하고 원하는 표적 부위에 도달하면 mRNA를 방출해야 하기 때문에 각 회사의 핵심 기술력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기술력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렌슬레이트 바이오는 호흡기를 통한 mRNA 흡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나노지질입자 연구를 일찍이 시작했고, 업계 선두주자인 모더나에 이어 관련 특허를 상당히 많이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더라도 mRNA를 이용한 의약품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관련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핵심에는 전달체인 나노지질입자가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인해 모더나가 강하게 주목을 받은 만큼, 트렌슬레이트 바이오도 꼭 눈여겨봐야 할 회사입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뉴스입니다.

mRNA 기반 유전자치료제는 바이러스 벡터 유전자치료제보다 안전하고 플라스미드 DNA 기반 유전자치료제보다 치료 단백질 발현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mRNA의 체내 안정성이 낮아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지질나노입자 등과 같이 mRNA 백신 등에서 체내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 상용화되어 앞으로 mRNA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국내 mRNA 유전자치료제 개발 지원' 2022.08.30. 데일리팜

미개척 분야였던 리보핵산(RNA)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발현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간 ‘덩치’가 커 세포 안으로 어떻게 전달할지가 RNA 치료제 개발의 과제였지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를 계기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수요 증가 전망은 RNA 치료제 개발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다.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이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자 RNA 치료제가 항암, 뇌질환, 희귀 유전질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 RNA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RNA 신약 전쟁' 뛰어드는 K 바이오'. 2022.01.20.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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