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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불확실성과 의사결정

by Blueorbit 2024. 2. 5.

투자 특히, 주식 투자는 공부를 해도 하지 않아도 그 결과에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반대 주장도 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로 옳은 의사 결정 과정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수익을 얻을 확률을 더 많이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본인이 어떤 공을 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옳은 의사 결정들이 복리로 쌓인다면 투자도, 인생도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통섭과 투자(에프엔미디어)'의 저자 마이클 모부신이 말하는 의사결정에 대한 조언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고, 깊이 생각하고 결정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재적 실패 가능성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더 깊이 생각하고 결정할수록 결과가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사람들은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부 장관.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 2001

 

1.  세상에 확실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이다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가장 유리한 쪽에 돈을 걸었다면, 실제로 돈을 따든 잃든 이미 돈을 번 셈이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불리한 쪽에 돈을 걸었다면, 실제로 돈을 따든 잃든 이미 돈을 잃은 셈이다.

데이비드 스클렌스키(세계적인 프로도박사), 'The Theory of Poekr(포커 이론)'

 

세상에 확실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주로 불확실성(uncertainly)을 다루는 투자업계에 잘 들어맞습니다. 반면 카지노 업계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위험(risk) 일 것입니다. 불확실성과 위험 모두 결과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결과의 분포조차 파악할 수 없는 반면, 위험은 결과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변덕스러운 기업 실적은 불확실성에 해당하고, 룰렛의 결과 분포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행동재무학에서 다루는 과신 편향 개념이 등장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예측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고 하지요. 한 연구에서 발표했듯이 운전자들 80% 정도는 본인들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투자에서도 흔히 예상되는 결과 범위를 지나치게 좁혀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4.02.23 - [투자] - 성공적인 투자 철학의 조건_Howard Marks

 

성공적인 투자 철학의 조건_Howard Marks

하워드 막스의 인사이트는 투자자들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거시경제나 채권 투자뿐만 아니라 투자를 대하는 마인드를 다 잡기 위해 그의 조언들은 반복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지요. 투자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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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80년만 돌아보아도 미국은 불황, 여러 전쟁, 에너지 위기, 대규모 테러를 겪었습니다.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지요. 이를 생각해 보면 투자자들은 예상의 범위를 대폭 넓혀 대비해야 합니다. '불가피한 서프라이즈'를 예고하는 선행지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자신운용업계에서도 불확실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과신에 빠진 펀드매니저의 과도한 투자로 수많은 헤지펀드가 몰락한 역사가 이를 말해줍니다. 펀드매니저는 예상치 못한 사건도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해서 자산운용 업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대하는 첫 번째 단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보는 사건들이 우리가 아는 전부는 아니며, 앞으로 발생할 사건은 더더욱 아님을, 즉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 의사결정은 곧 확률 평가다

이번에는 논의를 확장해서, 사건이 발생할 확률(빈도)과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손익(크기) 사이의 균형에 대한 루빈의 관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손익이 편향되어 있다면 확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동재무학에서 다루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개념을 보면, 인간은 위험한 대안들을 다룰 때 손실을 회피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손실을 볼 때 느끼는 고통은, 이익을 얻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2.5배나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익 확률이 높은 쪽을 추구하게 됩니다. 손익 분포가 균형을 이룰 때는 확률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러나 손익 분포가 편향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옵션에서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약 90%라고 합니다. 그럼 옵션을 보유하지 말아야 할까요? 답은 나머지 10% 확률로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에 달렸습니다. 개당 1달러씩 지불하고 옵션 10개를 샀는데, 9개는 휴지 조각이 되고 나머지 하나에서 25달러를 벌었다면, 성공 확률은 매우 낮아도 근사한 이익을 올린 셈입니다.

 

기댓값 기준으로 평가하면, 확률이 높아도 매력이 없는 포지션이 있고, 확률이 낮아도 매력적인 포지션이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주식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해 1% 상승할 확률이 75%이고, 기대치에 못 미쳐서 10% 하락할 확률이 25%라고 가정하자. 이 주식은 상승 확률은 높지만 기댓값은 마이너스입니다.

 

이에 대한 나심 탈렙의 '행운의 속지 마라'에서는 그가 겪은 일화가 소개됩니다. 나심 탈렙이 대형 증권사의 뉴욕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안, 뉴욕 트레이딩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주간 '토론회'에 달갑지 않은 초대를 받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참석한 사람들(이코노미스트나 자칭 전략가들_나심 탈렙은 이들을 혐오함)은 세계 경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모임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 주에 시장이 약간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다소 형식적으로 말했습니다. 확률이 얼마나 높으냐는 질문에 "약 70%"라고 대답했고 이는 분명 매우 강력한 의견 표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하지만 나심, 당신은 S&P500 선물에 대해 대량 포지션을 잡았다고 방금 자랑했는데, 이는 시장이 하락하는 쪽에 걸었다는 뜻 아닌가요? 왜 생각을 바꿨습니까"라고 질문했고 나심 탈렙은 "나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내 포지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합니다(청중은 웃음을 터뜨렸음). 사실은 지금이라도 더 매도하고 싶은 기분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에 청중은 완전히 어리둥절한 듯했고 그 전략가가 다시 "당신은 황소(시장 상승)에 거나요, 곰(시장 하락)에 거나요?"라고 질문했고, 탈렙은 황소와 곰은 동물원에서나 쓰는 용어이므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노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상승할 확률이 더 높지만(낙관적이지만) 하락할 경우에는 크게 하락할 수 있으므로, 매도 포지션을 선호한다는(비관적인) 의견이었지요.

 

이러한 예는 추세추종 트레이딩에서도 볼 수가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볼린저밴드와 RSI가 저점에 닿았을 때 매수하고 고점일 때 매도하는 역추세추종 전략에 비해 추세추종 트레이딩은 승률이 높지 않습니다. 40% 정도면 양호하다는 의견도 있지요. 그럼에도 그들이 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손익비의 비대칭성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즉, 지는 횟수보다 이기는 횟수가 적지만 벌 때 많이 버는 것이 비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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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확실하더라도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대부분이 불완전하거나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용 가능한 정보를 지혜롭게 활용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정보가 증가할수록 예측이 쉬워져서 의사결정이 개선된다고 생각한다고 루소와 슈케이커는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보가 증가하면 대개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란만 발생합니다. 이들은 경마꾼들을 대상으로 이런 현상을 연구했습니다. 우선 경무꾼들에게 정보 5종을 제공하고서 결과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이어서 10종, 20종, 40종으로 늘려서 결과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결론은 정보가 증가해도 경마꾼들의 예측력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지만, 정보가 증가할수록 자신의 예측력에 대한 확신은 높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개인 투자자가 기관을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부족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고 조사를 해도, 게다가 전업투자자가 아닌 개인 투자자라면 결코 기관보다 정보를 많이 얻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의도 정보매매 이런 것은 당연히 고려할 사항도 아닙니다. 따라서 모든 정보를 알려는 욕심을 버리고 개인투자자의 강점(더 긴 시계열, 실적에 대한 압박이 없음)을 이용해서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워런 버핏은 이에 대한 두 가지 귀한 조언을 했습니다. 케인스가 말했듯이 '정확히 틀리는 것보다는 대충이라도 맞는 것이 낫다'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 안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정보를 알 수 없지만 자신이 공부한 분야에서 틀린 것들을 제거해 나감으로써 확률을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4. 의사결정을 평가하려면, 결과는 물론 과정도 보아야 한다

좋은 과정은 현재 가격과 기댓값을 면밀하게 비교 검토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양질의 피드백과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이 과정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공부가 필요한 법이지요. 마이클 모부신에게 헤지펀드 매니저로 크게 성공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 제자는 두 가지 이유로 회사에서 목표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모든 애널리스트가 기댓값으로 견해를 제시하길 바랐기 때문인데(그러면 손익과 확률에 대한 토론이 촉진된다), 다양한 결과를 다루게 되므로, 특정 시나리오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즉 행동재무학에서 말하는 '정박 효과(anchoring)' 위험도 감소한다고 합니다. 둘째, 기댓값으로 생각하면,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심리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애널리스트가 목표가를 제시하면서 어떤 종목에 매수의견을 냈다고 가정한다면, 이 사람은 확증의 덫에 빠져,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증거는 무시하거나 폄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확신 편향). 반면에 애널리스트가 기댓값 분석을 바탕으로 종목을 추천한다면, 이 추천에는 주가 하락 시나리오에 대한 확률도 포함될 것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인식하게 되지요. 회사 차원에서 이런 인식을 공유하면, 애널리스트는 예측이 간혹 빗나가더라도 오명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단지 결과만으로 평가한다면, 올바른 의사결정 과정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위험까지 회피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방식이 향후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로버트 루빈

 

2024.01.15 - [투자] - 개인 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

 

개인 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

뉴스 기사를 보던 중에 한국일보에서 '개미가 망하는 10가지 이유... 당신은 몇 개나 해당되나요'란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읽어보니까 예전의 저는 거의 다 해당이 되더군요. 지금도 다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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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 [투자] - 확증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확증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투자자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로, 주식을 사기 전에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지만, 매수 후에는 오직 주관적인 분석만 가능. 주가가 떨어지면 대다수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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