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가치(Fair value)란 정상적인 상황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물건을 사고팔 때 적정한 가격으로, 자산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 반대는 급매물이나 패닉바이처럼 특수한 상화에서 적용되는 특수 가격 등이 있다. 공정가치와 매우 유사한 시장가치(Market value)는 시장에서 거래될 때 통용되는 가격으로,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거래가가 대표적이다. 보통 시장가격을 지불하면 누구나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시장가치는 공정가치와 같다. 그러나 이 둘이 다소 다른 경우도 있는데 횟집의 '시가'가 그 예이다. 제품 생산에 들인 돈을 더하면 되는 취득가와 달리, 적정한 가격인 공정가치는 추정과 모델링을 통해서만 계산할 수 있다. 자산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모든 자산의 공정가치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 계산한다.
1단계: 직접 거래가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자산이면 시장가격을 공정가치로 사용할 수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회사의 주식은 장중에 끊임없이 거래된다. 실무에서는 종가 혹은 당일 평균 거래가격을 공정가치로 사용한다.
2단계: 간접 거래가
모든 자산이 시장에 활발이 거래되지는 않으므로 직접 거래가가 없을 때 흔히 사용하는 것이 비교자산의 거래가격이다. 주로 채권을 가치평가할 때 자주 사용한다. 디즈니나 애플처럼 신용도가 좋은 대기업과 은행들은 활발히 채권을 발행한다. 만약 공정가치를 구하고자 하는 채권이 잘 거래되지 않는다면, 먼저 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 중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채권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각 채권은 전혀 다른 자산이지만, 지급보증을 하는 발행하사 같기 때문에 신용위험은 비슷하다. 실무에서는 비교자산의 거래가격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적용된 이자율을 가지고 구하고자 하는 자산의 가치를 다시 계산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공정가치는 어떤 비교대상의 어떤 거래가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비교자산을 고를 때는 어느 정도 주관과 가정이 개입된다. 평가자의 주관과 가정이 많이 개입될수록 추정된 공정가치의 오차범위는 늘어난다. 따라서 2단계 간접 거래가에서 계산한 가격은 1단계 직접 거래가보다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3단계: 모델링
가치를 평가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자산은 거래되지 않으면서 마땅한 비교대상도 없는 자산이다. 이러한 복잡한 자산의 공정가치를 구하려면 사례 분석과 모델링을 통해 가격을 추정해야 한다.
금융자산의 가치를 매길 때 사용
공정가치 평가는 시장에서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금융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상장기업의 주식은 거래소를 통해 끊임없이 매매가 이뤄지고(1단계), 채권은 주식만큼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는 않지만 발행사, 신용등급, 만기일 등을 활용하면 비교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2단계). 다시 말해 대부분의 금융자산에는 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서 공정가치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게다가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목적은 차익실현으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을 팔았을 때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물자산은 공정가치로 평가하기 어렵다
반면 공장설비나 영업용 차량 등 기업들이 보유하는 실물자산에는 공정가치를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 자산은 중고물품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기업이 기존에 사용하던 설비의 구매자를 찾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실물자산은 수수료, 등록세 등의 거래비용이 금융자산의 거래비용(양도세 등) 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중고물품을 팔려면 처분과정에서 많은 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실물자산을 구입하는 목적은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키는 데 있다. 즉 기업이 설비자산을 매각하여 다소간 차익을 얻는 것이 가능해도 이를 대체할 만한 설비가 없으면 기존 생산라인을 멈춰 세워야 하므로, 실제로 이를 매각하기는 어렵다.
자산을 최초로 취득한 시점에는 취득가와 공정가치가 같다
취득가 또는 공정가치 평가는 개념적으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최초로 자산을 취득한 시점에는 취득가가 바로 공정가치이며, 기업이 최초로 자산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대가는 자산평가 시 직접 거래가(1단계)로 사용된다. 특히 재고처럼 내용연수가 짧은 자산은 취득가와 공정가치가 비슷하다.
취득가와 공정가치 간에 괴리가 심각하게 발행하는 경우는 내용연수가 긴 부동산이나 대형설비 같은 고정자산일 때다. 이들 자산도 최초 취득시점에는 취득가와 공정가치가 같지만, 취득한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날수록 실제 자산의 공정가치는 점점 떨어져 취득가로부터 괴리된다. 그중 부동산은 평가하기가 애매한데 구매 시 실사용 목적과 차익실현 목적이 둘 다 있기 때문이다. 같은 땅이지만 공정가치로 재평가할 경우 현재 시세에 맞는 가격으로 장부에 기록되는데, 평가방법을 바꾸는 과정에서 수십 년 간의 평가차익이 한꺼번에 반영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부동산 보유가 많은 대기업들의 자산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어떤 가치평가 방식을 도입하느냐에 따라 장부의 가치는 변할 수 있다. 앞으로 재무제표를 공부할 때는 재고는 취득가, 금융자산은 공정가치라는 식으로 단순암기를 하기보다 어떤 방식을 적용함에 따라 장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주목해 보자.
Reference
재무제표가 만만해지는 회계책. 남승록 저. 스마트북스
2024.11.16 - [가치평가] - 회계의 사이클과 현금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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