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투자자 서한의 역자인 generalfox님이 번역한 비즈니스 오너 펀드(RV Capital Business Owner Fund)의 2015년 연례 서한을 읽었습니다. 행운과 경쟁우위, 그리고 경영진에 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5년의 비즈니스 오너 펀드는 46.7%의 수익률을 올렸고 설정일(2008년 9월 30일) 대비 339.4% 상승했는데, 당해 탁월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던 요인으로 창업자 겸 CEO인 로버트 비널(Robert Vinall)은 겸손하게도 행운이 따랐다고 이야기합니다. 강달러와 저금리 덕분이었다는 것이죠. 먼저 훌륭한 문화와 경쟁 입지, 긴 성장 활주로를 갖춘 미국의 기업에 한 투자가 강달러로 인해 더욱 좋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다음으로 현금흐름이 수명 후기 후반부에 집중된 높은 멀티플 기업의 비중을 높여온 와중에 마침 기록적인 저금리로 인한 순풍을 탈 수 있었다는 것이죠.
행운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로버트 비널이 강달러라든가 저금리 혹은 지역학적인 상황에 대한 예측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류의 방향을 예측하지 않고 역류를 거슬로 올라갈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을 찾는데 주력하고 보유함으로써 어려움이 왔을 때는 버텨내고 우호적인 상황이 왔을 때는 순풍을 타는 훌륭한 투자였겠지요. 그럼에도 2015년이 비즈니스 오너 펀드에 완전히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었나 봅니다. 당시 투자했던 구글, 바이두, BMW, 크레디트 억셉턴스에서 의사결정이 중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주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할 때 두 가지 시나리오와 네 가지 가능한 결과가 있습니다. 만약 주가 하락을 초래한 두려움이 과장되었던 것으로 판명 난다면 1. 기존 포지션을 계속 보유하거나 오히려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거나, 2. '패닉에 빠져' 매도함으로써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주가 하락을 초래한 두려움이 기우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 난다면 1. 초반에 손절해서 손실 폭을 축소하거나, 2. 기존 포지션을 '고집스럽게' 고수해서 손실을 키우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이 과장된 것인지 기우인지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오너 펀드의 리서치 과정은 1. 매력적인 주가, 2.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3. 능력 있고 정직한 경영진이 주요한 세 가지 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세 가지 평가도구가 모두 유용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치가 훼손되었다면 낮은 주가가 안전마진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브랜드 가치가 손상된다면 경쟁우위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비널은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비널은 구글, 바이두, BMW, 크레디트 억셉턴스의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진의 성품과 기업 문화의 강점을 믿었기 때문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잇었는데, 이 행동은 해당 기업들의 지분을 늘린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는 만족스러운 수익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경영진의 진정성처럼 중요성이 명백한 요인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럼에도 이에 대한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로 비널은 네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1. 기업의 경영자에 대해 정직하지 않다고 보고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금기다. 2. 경영진의 성품이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3.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4. 정량적인 요인을 더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경영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
개인 투자자로서 경영진에 대한 믿음을 갖는데 위의 네 가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극소수의 유명한 CEO를 제외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기란 매우 힘든 일입니다. CEO에 대한 조사는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 부분이 클 텐데, 이는 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 그 관심이 불러온 담당 기관의 주시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도가 아니라면 CEO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내는 것은 언론에서도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언론이 하듯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우리가 얻는 정보는 언론의 선택과 그 시점의 편집 방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것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워런 버핏옹은 경영진에 대한 판단 실수를 피하기 위해 바보라도 운영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하셨었죠. 그러나 이를 경영진이 중요하지 않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사업 자체가 안정적이고 여기서 경쟁 우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CEO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수익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감소할 수 있으며, 수익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주처럼 행동하는 CEO가 필요합니다.
경영진이 훌륭한지 아닌지,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로버트 비널은 이에 대해 먼저 오랜 경력의 경영진이 있는 기업,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성공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만 투자한다고 말합니다. 그다음에는 경영진의 트랙 레코드를 추적하고, 특히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경력을 통틀어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온 직원, 고객, 공급자, 경쟁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보면 된다는 것이죠. 주주서한을 보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아빠와 딸의 주식 투자 레슨(에프엔미디어)'에 따르면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EO가 서한에서 정보를 얼마나 공개하는가? 좋지 않은 소식이 있을 것을 예고하고 지적으로 정직하게 행동하는가? CEO가 예상한 일은 실제로 발생했는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CEO가 제시한 시기 및 내용과 얼마나 근접했는가? 직원들은 경영진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와 관련해 인터넷에는 어떤 이야기가 떠도는가?
경영진에 대한 판단은 분명 정성적 평가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루어 온 성적은 어느 정도 정량적 평가가 가능합니다.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ROE), 투하자본이익률(Return on Invested Capital), 부채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최소 10년 간의 ROE와 ROIC이 지속적으로 매년 15% 이상 유지되었다면 일관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한 것을 실제로 행하고 또 실제로 행할 것을 말한다고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겠지요. 또한 회사에 장기 부채가 있다면 1~2년 치 이익으로 상환 가능한 규모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연례 서한을 읽으면서 투자의 성공에는 행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행운이 오면 잡을 수 있게 준비하는 게 투자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업에게 발생한 문제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을 때, 투자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경영진에 대한 판단이며, 이 판단을 위해서는 주주 서한, 기사 검색, 지난 성과 비교 등의 숙제가 필요하다는 것도요. 더 나은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024.06.12 - [투자] - 경영진에게 필요한 자질_제프 베이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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