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이익을 내면, 이제 그 이익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익의 일부는 그 이익을 창출해 낸 핵심 사업의 자본재를 보충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사용되는 이익금을 '제한된 이익금'으로 간주한다.
회사 A가 1992년 100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는데, 다음 해 공장 발전기를 교체해야 하고 그 비용이 40만 달러라고 하자. 이는 A사가 1993년 발전기 교체 비용으로 40만 달러를 준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A 사가 40만 달러를 저축해 두지 못했다면, 그 돈을 조달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A사는 1992년 100만 달러를 벌었고, 따라서 회사 경영진은 100만 달러의 이익 중 40만 달러를 새 발전기 구입 비용으로 책정할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A사가 번 100만 달러 이익 중 40만 달러의 용도가 (자본재 구입 비용으로)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경영진은 100만 달러 중 남은 60만 달러(즉, '자유로운 이익금')를 어디에 쓸 것인지, 예컨대 주주 배당금으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신규 사업 자금으로 쓸 것인지 정해야 한다.
워런 버핏은 경영진이 '자유로운 이익금'을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또한 경영진이 그 자유로운 이익금을 가지고 (주주가 그 돈을 배당금으로 받아 활용해서 올릴 수 있는 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그 이익금을 내부 유보해야 한다고 믿는다. 반대로, 주주가 그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자유로운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여기서 투자자로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는 회사의 경영진이 과연 자유로운 이익잉여금(retained earning)을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아주 우수한 핵심 사업을 가진 회사의 경우 특히 그렇다. 핵심 사업의 경제성이 아주 뛰어난 회사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내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의 잘못된 자금 운용 문제가 덮어진다. 본래 훌륭한 기업은 너무 뛰어난 실적을 보여서 경영진의 어리석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도 경영진의 실제 성과를 감추는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제품 판매량에는 변화가 없어도 핵심 사업의 이익금 액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가 수준이 10% 오르면 그 회사의 제품 가격도 10% 오르고 그러면 회사의 순이익도 10% 증가한다. 만약 그 회사의 핵심 사업이 신규 자본 투자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사업이라면, 사실상 인플레이션 효과에 의한 이익의 증가를 경영진이 '자유로운 이익금'을 잘 활용한 덕분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사와 경영진의 이익잉여금 활용 능력을 평가할 것인가? 이는 일정 기간 동안 경영진이 축적한 이익잉여금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 그 회사가 내부 유보한 주당 이익잉여금을 같은 기간의 주당순이익 증가분과 비교하는 것이다. 즉, 한 회사가 일정 기간 내부 유보한 잉여금을으로 같은 기간 얼마나 이익을 증가시켰는지, 즉 이익잉여금 수익률을 알아본다.
이익잉여금 수익률 = 일정 기간 한 회사의 이익 증가분 /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
Reference
워런 버핏만 알고 있는 주식투자의 비밀. 메리 버핏, 데이비드 클라크 저. 감상우 역. 부크온
2014년 코스트코(COST)는 주당 4.65달러를 벌었다. 이는 2014년 말까지 코스트코에 투자된 모든 자본이 그해 주주에게 주당 4.65달러를 벌어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10년 동안 코스트코의 주당순이익(earning per share, EPS)은 총 84.37달러였다. 그 84.37달러 중에서 코스트코는 총 24.63달러를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므로, 10년 동안 59.74달러를 이익잉여금으로 내부 유보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과 2023년 사이 코스트코의 주당순이익은 4.65달러에서 14.16달러로 증가했고, 이는 2014년의 주당 4.65달러를 2014년 말까지 코스트코에 투자된 전체 자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10년 간 내부 유보했던 주당 59.74달러의 이익잉여금을 회사 경영진이 잘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2023년과 2014년 주당순이익의 차액은 주당 9.51달러(주당순이익 증가분)이다.
코스트코는 2014년부터 2023년 사이 내부 유보한 주당 59.74달러를 가지고 그 기간 동안 순이익을 9.51달러 더 증가시켰다. 즉 59.74달러의 이익잉여금은 2024년까지 9.51달러의 순이익 증가를 창출해 총 15.91%의 수익률을 기여했다(9.51달러 / 59.74달러 = 15.91%)
Cf. 허쉬(HSY)는 5.29달러 / 24.50달러 = 21.59%
이런 평가 방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당순이익 지표들이 그 회사의 일시적인 상황을 보여 주는 수치가 아니라, 그 회사가 가진 수익 창출 능력이 실제 증가하고 있느냐 감소하고 있느냐를 보여 주는 지표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2024.03.24 - [가치평가] - 투자 언어, 재무제표
'가치평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본화(capitalization)의 이유와 단점 (0) | 2024.04.08 |
---|---|
안전마진은 가치평가 초기부터 (0) | 2024.03.31 |
찰리 멍거 투자 4대 원칙 체크리스트 (0) | 2024.03.30 |
손익계산서의 구성_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1) | 2024.03.26 |
재무제표로 기업을 고르는 5가지 원칙 (0) | 2024.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