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언어, 재무제표

재무제표를 읽는 이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실 방지다. 손실의 종류를 잘못된 투자에서 오는 손실,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아 생기는 기회비용의 손실 그리고 잦은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비용의 손실이 있다.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중 기회비용의 손실이다. 기회비용의 손실은 시장에 참여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꼭 투자해야 할 종목에 투자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가치투자에서는 시장 참여 자체에 대한 압력이 없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아야 할 경우는 모든 종목이 비싸게 거래될 때다. 상대적으로 싼 주식들이 널려 있다고 해서 참여하는 게 아니다. 절대적으로 싼 주식을 놓치는 것이 기회비용의 손실이다. 거래 손실이나 기타 손실들은 이를 바로잡음으로써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때문에 투자의 우선순위는 '무엇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사지 않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투자자가 공개된 시장 자료를 통해 대강의 후보군을 리스트업 했다면(즉, 관심목록에 추가했다면) 그다음에 할 일은 무엇을 살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여 걸러내는 작업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을 파악하는 이유이다.

 

재무제표의 구성

투자자의 주 관심사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이다. 이 세 가지 재무제표는 기업의 실적을 엿볼 수 있는 창인 동시에 기업 분석의 역할을 한다. 재무제표는 연차보고서, 연례운영보고서(10-K), 분기별보고서(10-Q)에서 열람할 수 있다. 기업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10-K와 10-Q를 이해해야 한다.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에 기업이 빚진 돈(부채)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재산(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신용보고서와 같다. 이것은 회사의 기본 틀이 어떠하며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지 알려준다.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한 해 또는 한 분기 동안 얼마나 많은 회계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냈는지를 말해준다. 재무상태표가 일정 시점의 기업의 재무적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스냅사진이라면, 손익계산서는 1 회계연도 등 일정 기간 동안의 수익과 비용을 알려준다. 현금흐름표는 기업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현금을 보여준다. 현금흐름표 안에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의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고 봐도 좋다.

 

회사가 그냥 돈을 벌면 버는 것이지, 왜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차이는 발생주의 회계(accrual accounting)라는 개념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기업은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는 시기에 상관없이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했을 때 매출액(수익)을 기록한다. 기업은 구매자가 언젠가는 대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손익계산서에 이를 매출로 기록한다. 그러나 현금흐름표는 현금을 회수했을 때나 지불했을 때에만 그 내역을 기록하므로 이를 꼭 확인해야 한다.

 

현금의 흐름

다음 표는 돈이 투자자에서 기업으로, 기업에서 소비자로, 그리고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Reference. The Five Rules for Successful Stock Investing_ Morningstar's Guide to Building Wealth and Winning in the Market-Wiley (2003)

 

투자와 채권자(1)는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채권을 구입해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다. 기업은 돈을 받아서 기계나 건물 같은 고정자산(2)을 구입한다. 그런 다음 이 자산을 이용해서 생산(3)을 한다. 생산된 제품 중 일부는 현금으로 판매(4)되고, 일부는 외상으로 판매(5)된다. 

 

외상 판매는 고객이 돈을 지불할 때까지 '외상매출금(account receivable)'으로 기록된다(6). 기업은 현금을 받은 뒤 여러 가지 용도에 그 돈을 지출하는데, 일부는 생산비로 지출(7)해서 더 많은 재고자산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제 구입에 사용한다. 그리고 일부는 투자에 지출(8)해서 기계류를 구입하거나 또 다른 공장을 짓는 데 사용한다(회계 용어로 건물이나 공장 등 유형 장기자산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투자를 '자본지출'이라고 한다).

 

 

현금의 일부는 세금(9)을 내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다른 일부는 기업이 배당을 결정했을 때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되고, 일부는 채권소유자에게 이자로 지급된다(10).

 

숫자를 보기 전에 맥락을 읽자

흔히 재무제표를 볼 때는 "행간을 읽으라"라고 말한다. 기업이 공시하는 자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적용하지 말고 기업의 의도가 무엇인지, 기업이 어떤 부분을 강조 혹은 숨기려 하는지 파악하라는 의미다. 실적 발표 시즌이 오면 현명한 투자자는 발표한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숫자 뒤에 숨은 스토리텔링과 경영진의 전략적 의도를 읽어내려 애쓴다. 이것은 손실을 볼 확률을 최소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기업 공시에 나타난 재무적 성과 지표를 제대로 본다는 것은 뛰어난 기업을 골라낸다기보다 (투자해서는 안 될) 좋지 않은 기업을 가려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결국 '재무제표를 잘 본다'라는 건 기업이 부실한 재무 상태를 숨기고 있는지, 경영진이 제시하는 기업 전략과 성장 예상치가 현재의 재무, 영업 상황 대비 얼마나 현실적인 가이던스인지 분별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속한 섹터와 시황에 따라 지표를 유의해서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Reference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2 분석편. 박경철 저. 리더스북.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팻 도시 저. 지승룔, 조영로, 조성숙 역. 이콘.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뉴욕주민 저.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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