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추천한 주식농부 박영옥님의 '주식투자 절대원칙'을 읽었다. 기본적 평가를 어떻게 하고 어떤 관점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반 개미가 따라 하기에 부담스러운 점들도 있지만 태도와 마음가짐은 분명 배울 점이 많았다.
첫 3가지 질문은 '기업의 기초 체력'과 관련이 있다.
1. 기업이 속한 산업의 전망은 어떠한가?
아무리 경영자가 수완이 좋고 직원들이 단합된다 해도, 업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면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에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많으니, 세계적 동향도 살펴야 한다. 5년 정도 전망이라면 너무 짧지도 않고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너무 길지도 않아 적당하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cyclical 기업의 경우 성장기에서 정체기로 갔다가 다시금 성장기로 올라갈 수 있는 주기가 5년 정도다.
산업의 현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해당 업계 종사자들이다. 전문가의 견해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그들의 판단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자기만의 필터로 걸러내야 한다. 나는 대체로 애널리스트들의 산업 리포트를 신뢰하는 편인데, 종목 리포트와 달리 업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종목 리포트는 외국 회사와 달리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그러므로 리포트가 거의 나오지 않는 종목은 사실상 매도 의견이라고 보아야 한다. 산업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특정 업종의 리프토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업종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 관련 뉴스도 빼놓지 말고 섭렵해야 한다. 모든 데이터에는 의도가 있다. 침체되거나 전망이 좋지 않은 산업이나 종목도 장밋빛으로 포장된다. 그러므로 주장 너머의 숫자와 정확한 back data를 바탕으로 판단해보아야 한다.
2.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한가?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누구에게든 그 기업이 돈 버는 법을 한 문장 이내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으면 좋다. 같은 업종이라도 돈 버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일례로 정수기를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면, 일회성 판매도 있고 렌털로 판매하고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있다. 그 특징에 따라 매월, 매년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예상할 수 있으며, 어느 쪽이 더 돈 벌기 유리한 모델인지 판단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에는 자회사 구조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주주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복잡한 지분 관계를 구성한다. 이런 경우 기업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자회사로 기업의 이익이 빠져나갈 수도 있고, 한 곳이 어려워져서 도미노처럼 다른 곳까지 무너질 수도 있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종 내 1등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 대상으로서 합격점을 주어선 안 된다. 무엇을 무기로 1등이 될 수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술력일 수도 있고 영업력, 브랜드 인지도일 수도 있다. 1등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분석해야 한다. 기술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는지, 영업망 확충이나 새로운 형태의 판매 모델을 시도하는지, 직원 복리후생이나 교육훈련 수준은 어떤지... 1위라는 데 안주해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면 금세 따라 잡히고 말 것이다.
3.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심플한가?
자산이 무엇인지 알아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회사의 재무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탬(dart.fss.or.kr)에 공시되어 있는 사업보고서를 꼭 탐독해야 한다. 나는 10년 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는 반드시 파악한다. 기업이 살아온 이력과 향후 행보를 보여주기에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사업보고서에 포함되어 잇는 재무제표도 10년 치 정도를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도 회사의 변화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재무 회계 지식이 없다면, 관련 서적 한두 권은 읽고 재무제표에서 파악해야 할 핵심사항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다음의 3가지 질문은 기업의 본성이나 성향과 관련이 있는 질문들이다.
4. 적정한 수준의 수준의 배당을 해왔는가?
'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나눈다'는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는 배당이다. 배당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기업이 꾸준히 이익을 냈다는 긍정적 신호다. 또한 앞으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설령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주가가 떨어져도 배당은 그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은 오히려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당을 성실히, 매년 소폭이라도 높인다는 것은 주주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익이 나도 일절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는 주주와 소통할 의지가 없는 ㄴ것이다. 그런 기업이라면 투자할 의미가 없다. 앞날의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해서 잠정적으로 배당을 미루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 역시 어느 시점에는 배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공시를 성실하게 하는가?
갑자기 어느 종목이 상한가를 친다. 투자자들은 갑자기 그 회사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내용을 확인한다. 그런데 상승할 아무 이유가 없다. 소위 재료가 없는 상승이다. 심지어 적자를 지속해 온 회사에 신규 수주 같은 소식도 없는데 상승이 상승을 불러오며 며칠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그 후에 대뜸 '주가급등 사유 없음'이라는 공시가 뜬다. 작전세력의 농간이었던 것이다.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 공시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주가가 한참 오르고 난 뒤에 '죄송합니다. 계약이 무산됐습니다.'하는 공시가 나온다. 대개 대주주와 관련자들이 주가를 올려 부당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시를 활용한 것이다.
최악 중의 최악이다. 대주주나 관련자들이 금융감독원 수사를 받고 형사 처벌을 받을지 몰라도, 투자자들은 피 같은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그러므로 실적이 부실한 기업이 주주 계약 등 호재가 될 만한 공시를 자주 한다면 의심의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공시를 허위로 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낙제점이다.
6. 경영자가 누구인가?
경영자는 기업의 꽃이다.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다 죽어가던 기업이 살아나기도 하고, 잘 나가던 기업이 고꾸라지기도 한다. 경영자에게는 경영에 필요한 기본 능력뿐만 아니라 사명감, 열정, 신념, 절박함, 간절함 등이 두루 필요하다. 이전 회사에서의 경력도 중요하다. 성공의 경험은 또 다른 성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대주주 경영자이냐 전문경영인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흔히 오너 경영자라 불리는 대주주 경영인 체제하의 중소기업 중에서 충실히 이익을 내는데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거래량도 극히 적은 경우가 있다. 이들은 적절한 이익으로 일가가 따뜻하게 지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주가가 올라봐야 승계할 때 세금만 많이 낸다. 경영자가 주가 부양에 관심이 없으니 주가가 정체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주가가 정체되어 있던 기업 중에도 배당을 통해 이익 배분을 꾸준히 하면 주가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기도 한다. 배당과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원한다면, 이런 기업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경우 내외부의 압박에 시달린다. 그로 인해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한 행보를 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경영인이 대주주 경영인보다 더 낫다. 뛰어난 전문경영인은 기업의 체질 자체를 바꿔놓을 뿐 아니라 매출과 이익을 대폭 성장시킨다.
이렇듯 투자할 기업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이 도출되었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이 하나 더 남았다. 질문들에 두루 긍정적인 답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가 훌륭한 투자 대상인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는 기업과 동행하고 소통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돈을 벌기 위한 투자활동이다. 좋은 기업의 지분을 사되, 나에게 유리한 가격에 사야 한다. 그러므로 투자를 시작하기 전, 최종적인 체크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Reference
'주식투자 절대 원칙', 박영옥 저, 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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