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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초심자의 행운에 숨겨진 함정

by Blueorbit 2022. 8. 15.

시골의사의 책은 예전에 몇 권 읽었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2권'과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읽었는데, 특히 '시골의사의 자기혁명'은 정말 대단한 책이라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방대한 독서력과 필력. 당시는 투자하기 전이라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사놓고 읽지 않다가 중고 판매를 해버렸다.

 

오늘 집근처 도서관에 들렀다가 찾던 책이 없어 당황하던 중에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란 책이 있어 집어 들었다. 요즘에는 매스컴에는 나오지 않지만 저자의 독서력과 필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과연 10년도 더 전에 저자는 시장에 대해서 무슨 말을 했었을지, 그리고 지금 상황과는 어떻게 관련이 있을지 보고 싶었다.

 

읽던 중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단락을 읽다가 정말 나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2024.02.17 - [투자] - 워런 버핏의 투자 실수와 교훈

 

워런 버핏의 투자 실수와 교훈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으로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마법사'와 같은 별명을 갖고 있는 워런 버핏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서, 지난 50년 동안 주주들에게 연간 20%의 수익률을 안겨주었습

blueorbit.tistory.com

 

개인 투자자가 주식투자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초심자의 행운 때문이다. 노름을 하는 도박꾼들이 처음 노름을 시작하는 동기는 별 생각없이 우연히 참여한 도박에서 돈을 따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투자방식 중 주식투자를 선택한 동기나 명분을 따지거나 투자에 앞서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변의 분위기에 취해서 발을 들인다. 주식시장이 격렬하게 상승하고 주식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화젯거리로 떠오르면,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소중한 내 자산을 그렇게 쉽게 던진 것에 대한 고민은 결여되어 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돌이켜보면, 주식투자에 뛰어든 동기가 매우 당혹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신문이나 방송 혹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현혹되어 아무런 준비 없이 객장에 가서 계좌를 트거나 은행 창구 직원의 권유로 즉흥적인 투자를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돌아보면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그나마 즉흥적으로 시작하면서 전재산을 투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선은 작은 자금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이내 비극으로 다가온다. 대개 초보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순간은 늘 시장이 활화산처럼 끓어오를 때다.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매스컴에 우울한 전망이 나올 때 주식시장에 들어서는 초보 투자자는 없다.

활황장에 뛰어든 초심자들의 경우 대개 수익을 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브레이트가 고장 난 자동차가 언덕을 빠른 속도로 굴러 내려오는데, 그 자동차가 내 앞에서 갑자기 멈추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 자동차는 관성과 가속도에 의해 내 앞을 지나 더 달리게 된다.

이때 초심자가 내는 수익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차라리 그가 이런 행운을 맛보지 않았다면 다시 준비를 해서 시작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주식시장을 돌아보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 처음에 수익을 낸 행운에 도취된 사람은 더 많은 돈을 시장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를 할 때와 자신감에 넘쳐 흥분된 상태로 하는 공부는 다르다. 그는 얼마 되지 않아 밤마다 증권 채널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기 시작하고, 서점에서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한두 권 사 보게 될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증권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세상을 탐험하기도 한다.

p. 33, 34.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편'. 박경철 저. 리더스북

 

내가 투자에 뛰어든 시기도, 그리고 초심자의 행운으로 수익을 본 것도, 그리고 하락장을 맞이하게 된 것도 위의 시나리오와 동일하다. 심지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와 관련된 상황, 나의 마음가짐마저도. 이는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고 이 시기뿐만 아니라 과거의 시장에서도 반복되었던 일일 것이다.

 

Reference. https://www.quora.com/Is-there-such-a-thing-as-beginners-luck

 

이때 그에게 보이는 세상은 무엇일까. 그의 눈에 들어오는 책들은 대개 주식시장의 원리를 모두 깨우쳤다는 대박 고수들의 비법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증권 방송에서도 대박주 거래의 원리를 가르쳐주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게 된다. 그가 들락거리는 네트워크 세상의 증권 게시판은 모두 그와 같은 부류들이고,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의견을 교환하지만, 사실은 의견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는 점점 더 자신의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간이 이성을 잃는 것은 너무도 단순한 과정을 거친다. 뭉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나와 다른 세상과 교류하지 않고, 나와 같은 세상의 이야기만 주고받으면서 이성은 점점 마비되고 감정만 증폭된다. 그러면서 초심자는 하나둘 용어를 배우고,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거래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만의 판단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초심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때다. 그 과정에서 그가 가장 먼저 배우는 이론들은 시장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회의가 아니라 시장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허황된 성공담이다. 이때부터 그는 진정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p. 35.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편'. 박경철 저. 리더스북

 

이번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다시 일자리를 찾는 전업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생각해보니 재작년 말에서 작년 초에 직장을 퇴직하고 전업으로 투자하겠다는 글을 여러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난다. 작년 수익을 생각하며 나도 하루빨리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걸 보면 나 역시 시장 앞에 겸손하지 못했다.

 

 

당신은 도박판에 앉아 있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미 큰 수익을 노린다는 뜻이고, 그것은 당신이 도박판에 앉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공 확률은 100분의 1도 안 된다. 1만 분의 1도 아니다.  수십만 분의 1, 아니 수백만 분의 1이다.

당신이 이 시장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돈을 들고 처음 증권사를 찾아갈 때의 마음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즉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두렵고 떨리던 당시의 마음, 그것을 평생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때 당신이 객장에 처음 찾아가서 생애 첫 투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증권사 직원에게 무엇에 투자할까 물었을 때 그가 처음 권하는 투자종목은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우량한 종목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순간이 강세장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 당신은 첫 투자에서 이익을 냈을 것이다. 혹은 펀드를 가입해서 처음 몇 달은 수익을 냈을 것이다.

바로 이 마음, 강세장에서, 우량주를, 떨리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이 심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서 조금 알게 되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고, 합리적인 조언이 우습게 들리고, 그것을 얕잡아보게 될 때 당신은 위험에 빠진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다 알면서 바보처럼 행동하고 공부하고 이해할수록 더 두려워하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는 곳이 시장이다.

p. 38.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편'. 박경철 저. 리더스북

 

나 역시 처음에는 삼성전자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또한 미국주식을 시작할 때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첫 매수종목이었다. 그 후의 나는 어떤 종목들로 옮겨다녔는가? 그리고 하락장에서 다시 내가 선택하게 된 종목들은? 나도 내 마음 상태를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년에 비해 올해는 겸손함을 더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겸손함'을 끝까지 간직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겠다.

 

Reference

박경철,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I, 리더스북

 

2024.02.05 - [투자] - 불확실성과 의사결정

 

불확실성과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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