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관점의 주식투자 전략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성공적인 투기꾼들의 덧없지만 강렬한 만족감을 무엇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쓰면서 케인스는 "인간의 본성은 결과물이 재빨리 나오기를 갈망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멀리 있는 이득일수록 더 높은 비율로 할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현대의 행동 경제학자들이 '과장된 할인'의 병적 상태라고 말하는 심리다.

 

케인스는 이런 심리학적 특징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 경력 후반기에 주식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장기적 전망을 갖는 것은 저평가된 주식의 숨은 잠재력을 실현하게 한다는 투자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 '꾸준함' 덕분에 적극적 투자자의 자본을 잠식하는 거래비용으로부터 투자자를 지켜주기도 한다.

 

Unsplash

 

그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만약 강제적으로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장기적 관점을 갖도록 하면 단기 실적주의나 과잉 거래를 일으키는 불안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모든 거래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거래세를 도입하면 기업에 대한 투기가 지배하는 현상이 완화될 것이다"라고 했다.

 

거액의 투자를 한 후 뒤로 물러나 앉아 기다리는 태도를 취하는 투자자에게는 엄청나게 유리한 점이 있다. 중개업자에게 돈을 덜 갖다 바쳐도 되고, 상식 밖의 얘기를 덜 들어도 된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조세 제도는 여러분에게 추가적으로 1~3%의 연복리를 얹어줄 것이다. 
- 찰리 멍거

 

후일 워런 버핏도 이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그는 보유 기간이 1년 이하인 주식에 대해서는 그 이익에 대해 100%의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분할하는 것을 꺼렸는데,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유동성을 낮춰 이 주식에 대한 투기적 욕구를 줄이려는 그만의 방식인 셈이다. 케인스는 주식투자를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할 때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주식 취득 역시 죽음 또는 기타 중대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구불변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병폐를 치유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투자자들은 눈을 장기적 전망으로, 오로지 장기적 전망 쪽으로만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외환 및 상품시장에서 하룻밤의 쾌락에 몸을 던지던 금융시장의 바람둥이에서 자신이 선택한 주식시장의 몇몇 '애호 종목'에만 충심을 다하는 충직한 인물로 변화했다. 워런 버핏 또한 투자 전략을 논할 때 결혼의 비유를 사용한다. 그는 자신의 주식시장 접근법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전략이라 불렀으며, 버크셔 해서웨이는 '영구적 보유의 결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0세기 초의 유명한 주식투자자이자 증시 하락론자였던 제시 리버모어는 월스트리트를 '거대한 매음굴'에 비유했다. 즉 주식 중개인이 평범한 남자들을 상대로 주식을 이용한 뚜쟁이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때 투기꾼이었던 케인스는 매수 후 보유 전략을 수용하게 된 이후에는 정숙한 여인 같은 주식들을 원했다. 즉 자신이 선별한 소수의 '미인주'들과 충직하고도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자 했다.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상기시켰듯이 투자자는 움직여야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옳은 길을 가야 보상받는다.

 

Reference
버핏도 따라한 케인스의 주식투자 비법. 저스틴 월쉬 저. 손정숙 역. 부크홀릭

 

2024.05.26 - [투자] - 가치와 가격 그리고 가치투자자

가치와 가격 그리고 가치투자자

 

2024.05.20 - [투자] - 미인 선발대회와 신용순환주기 투자법

미인 선발대회와 신용순환주기 투자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