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로든 꾸준히 또 정확하게 시장을 예측해서 돈을 벌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잘 들어맞았던 여러 지표들을 개발해서 그렇지 않다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한다. 이들의 예측은 한동안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틀려버릴 수도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나오는 인기 있는 전문가들조차 한두해 정도, 기껏해야 3년 정도면 수명이 끝난다. 1987년 10월의 대폭락 사태 이후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5년 동안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는가?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현자가 나타나 유명세를 타지만 이들도 다음번에 틀리는 그 순간까지만 그런 행세를 했을 뿐이다. 한때 최고의 예언자로 불렸던 조셉 그랜빌에 관한 기사가 각종 언론 매체를 장식했고, 그 뒤에는 로버트 프레처가 그랬지만 지금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장의 변곡점을 예언하는 이들의 능력은 절대 대단한 게 아니지만, 이들이 실패하기 전까지는 대단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원로원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다른 예언가를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지 않을 예언가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나는 누구든 훌륭한 주식과 뮤추얼펀드를 찾는 데 시간을 쏟고, 장기간 보유하는 게 훨씬 더 나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 말은 매일같이 발표되는 시장금리의 변동이나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시황 따위는 무시하라는 의미다. 적어도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서 앞으로 10년 정도는, 시장의 타이밍을 재다가 몇 달 이상씩 주식 대신 현금을 보유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의 "조정" 국면이 몇 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결국 신고가를 경신할 것이다. 그래서 주식 투자 비중이 늘 100%인 천하태평의 낙관론자는 은퇴한 다음 신형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반면, 경제가 직면한 온갖 문제점과 정치적인 위기를 줄줄이 꿰차고 있는 똑똑한 비관론자는 다 낡은 중고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 경기에도 사이클이 있다. 하지만 경제 전체의 순환 국면과 시장의 사이클보다는 더 쉽게 눈에 띄고 대응하기에도 용이하다. 아주 멋진 운동화를 생산해 대히트를 친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기업은 2~3년, 길면 4년 정도는 뛰어난 실적을 올리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경쟁업체들이 더 나은 운동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어 운동화 매출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 전체의 변곡점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어느 한 종목의 매도 시점을 파악하는 게 훨씬 더 적중률이 높다. 따라서 한 번에 한 종목, 한 업종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느 주식이든 "진정한 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여기서 진정한 가치란 공인재무분석사가 전부 신앙처럼 믿고 지지하는 해당 기업의 핵심 가치이자 진짜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아무도 이 같은 진정한 가치를 본 적이 없고, 핵심 가치나 진짜 가치 역시 어쩌면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식시장 전체가 고평가 됐는지 여부보다는 어느 종목이 고평가 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게 훨씬 쉽다는 점이다.
나의 투자 철학은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을 한 종목 한 종목씩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다른 종목에 비해 더 매력적이라면, 우리는 그 종목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것이다. 만약 다른 종목에 비해 덜 매력적이라면, 우리는 그 종목을 팔고 그 돈을 다른 종목에 투자할 것이다. 이런 작업은 고단한 일이고, 앞서도 지적했듯이 멋지거나 화려한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해볼 만한 직업이다. 실제로 좋은 성과도 거둔다.
정말로 당신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종목을 찾을 수 없다면 그냥 현금을 보유하라. 이런 자세는 시장의 타이밍을 재는 투자자가 "나는 이번 주말까지 현금 비중을 32%로 맞추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주식을 팔아야겠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번에 한 종목씩 살펴보게 되면 현금은 그저 다음날로 넘겨지는 금액일 뿐이며, 그것이 너무 많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억지로 어둡고 깊은 곳까지 뒤지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일 것이다.
Reference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랄프 웬저 저. 박정태 역. 굿모닝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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