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지옥에 떨어질 거라는 얘기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Deirdre McCloskey
작년 말의 상승세가 거짓말인 것처럼, 올해 첫 주 미 증시는 하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각종 지표가 단단하게 나오고 그로 인해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든 게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경기 침체가 온다는 말도 들리고 각종 전쟁들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거라는 칼럼이라는 뉴스보다도 비관주의를 다루는 기사들에 더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이러한 심리 상태가 투자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오늘은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에서 '비관주의의 유혹'이라는 주제의 글을 보며 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비관주의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아보고 이러한 감정의 비뚤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파나린 교수는) 2010년 6월 말 혹은 7월 초, 미국이 여섯 조각으로 쪼개질 거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알래스카는 다시 러시아의 지배에 놓일 것이다.(중략)캘리포니아는 그가 '캘리포니아 공화국'이라 부르는 구심점을 형성하고 중국의 일부가 되거나 그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이다.
텍사스는 '텍사스 공화국'의 중심이 되어 다른 여러 주와 함께 멕시코의 일부가 되거나 그 영향력 하에 놓일 것이다.
워싱턴 D.C와 뉴욕은 '대서양 아메리카'의 일부가 되어 유럽연합에 합류할 수도 있다.
캐나다는 파나린 교수가 '북중부 아메리카 공화국'이라 부르는 북부 주들을 차지할 것이다.
하와이는 일본이나 중국의 피보호국이 될 것이고 알래스카는 러시아에 편입될 것이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이지연 역. 인플루엔셜A. osborn, "As if Things Weren't Bad Enough, Russian Professor Predics End of U.S.", The Wall Street Journal (December 29, 2008)
위 기사는 금융위기가 한창이엇던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라고 합니다.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와중에 러시아의 교수이자 정치과학자 이고르 파나린의 전망인데 1면에 실렸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지금 봤을 때는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기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비관주의는 낙관주의보다 더 똑똑한 소리처럼 들리고 더 그럴싸해 보인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이지연 역. 인플루엔셜
"내가 관찰한 바로는, 남들이 절망할 때 희망을 갖는 인물이 아니라 남들이 희망에 찰 때 절망하는 인물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현자를 추앙받는다."
John Stuart Mill
실제로 그렇지 않나요? 하락장이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앞으로 나아질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무책임하거나 현실을 회피하거나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더 큰 위기를 예고하는 비관자들은 뭔가 더 분석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낙관론자는 부를 얻지만,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는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경제 뉴스를 봐도 이러한 비관론이 더 크게 다루어집니다. 뉴스나 유튜브에서도 조회수를 높이려면 자극적이고 위험한 제목과 내용이 필요한 법입니다. 저자인 모건 하우절은 사람들에게 비관주의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1. 대니얼 카너먼은 손실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생존책이라 말한다.
"직접적으로 서로 비교하거나 견주어보면 손실이 이득보다 더 커 보인다.
긍정적 기대나 경험, 그리고 부정적 기대나 경험, 이 두 가지가 비대칭적인 힘을 갖게 된 배경에는 진화론적 역사가 있다.
기회보다는 위협을 더 긴급한 일로 취급하는 유기체는 그렇지 않은 유기체보다 살아남아 번식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2. "관심이 있든 없든 당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가 두 가지 있다.
바로 '돈과 건강'이다.
건강 문제는 개인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지만 돈 문제는 보다 전체적으로 움직인다.
한 사람의 의사결정이 나머지 모든 사람에 영향을 주는 연결된 시스템 내에서, 금융 리스크가 보기 드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이지연 역. 인플루엔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인간은 살아가지만, 당장의 위험을 벗어나야 삶도 이어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현재 나의 생존과 관련된 경제기사, 그중 경제 위기에 대한 기사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내가 투자를 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경제 위기는 대부분의 사람들 삶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본능이라면 이를 냉정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대부분의 걱정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무조건 위험을 외면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낙관주의를 모든 게 멋질 거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차질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크다는 믿음이라고 정의합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면서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우상향을 믿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의 주가 등락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주식농부 박영옥 님도 본인이 공부한 기업의 가치를 믿지만 단기적인 주가 추이는 신경 쓰지도 않고 예측하지도 않는다고 한 바 있습니다.
낙관주의의 기초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문제를 일으키려 하기보다는, 상황을 조금 더 좋게 더 생산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복잡한 것도 아니고, 보장이 되지도 않는다.
다만 낙관주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대부분의 경우 가장 합리적인 베팅이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이지연 역. 인플루엔셜
즉, 감정(공포)에 휩쓸리지 말고 본인의 투자 원칙과 투자 이유를 점검하고, 성공의 대가(기나긴 성장 도중에 발생하는 변동성과 손실)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기꺼이 그 대가(공포, 걱정, 고민)를 지불해야 한다고 모건 하우절은 말합니다.
우리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적어도 제가 미국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바로 장기적인 우상향,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믿기 때문입니다. 중간중간의 주가 변동은 당연한 것이고, 심각한 경제 위기가 있을지언정 인류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기에 장기 투자를 합니다. 단기적인 하락을 예상하고 현금 확보를 위해 비중 조절을 하면서도 완전히 시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공부와 단단한 믿음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때, 우리는 장기 투자와 일상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습니다.
2004년 '뉴욕타임스'는 스티븐 호킹 박사를 인터뷰했다.
호킹 박사는 스물한 살에 운동신경세포병에 걸려 온몸이 마비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컴퓨터를 통해 호킹 박사는 비전문가들에게 책을 팔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늘 이렇게 명랑하십니까?"
기자가 물었다.
"스물한 살 때 나는 기대치가 0이 됐습니다.그 이후로는 모든 게 보너스지요"
그가 답했다.
모든 게 잘될 거라 기대하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더라도 별 감흥이 없게 된다.
비관주의는 기대치를 낮추고, 실제로 가능한 결과와 내가 기뻐할 수 있는 결과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어쩌면 그래서 비관주의가 그토록 매혹적 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잘 안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게 사실이 아니었을 때 반갑게 놀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낙관적으로 생각할 만하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이지연 역.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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