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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업을 분석하기 전 10분 테스트

by Blueorbit 2022. 7. 12.

올해 초 노트북을 새로 구매하는데 약 3주의 시간이 걸렸다. 11번가 할인행사일인 십일절까지 3주가 남았기 때문이다.

노트북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약 3년 만에 새로 구매하는 거라 나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기도 힘들었다. 어느 회사? 360' 접히는 거? 터치스크린? 크기? 노트필기 가능? RAM?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 결국 수 차례 결정을 번복한 끝에 선택을 하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11번가가 아닌 할인을 더 많이 한 인터파크에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15인치가 휴대하기에는 커서 교환까지 했다. 이 과정으로 약 30만원 정도 절약.

 

노트북 이상의 금액이 들어가는 주식은 어떤가? 그동안 너무 생각없고 안이하게 투자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어떻게 투자를 결정해야하는지 모르는 게 가장 큰 핑계다. 투자를 시작한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몰라도 너무 모른다. 딱 책 한 권을 읽고 유튜브 몇 편을 보고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가 없지.

하지만 내가 노트북을 살 때도 모든 걸 다 파악한 건 아니다. 투자 공부도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투자는 노트북처럼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매수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투자도 이제는 필수 아닌가? 물론 필수라고 해서 계속 매매할 필요는 없고, 충분히 공부해 놓고 원하는 가격에 올 때까지(마치 십일절을 기다렸듯이) 째려볼 수는 있겠다.

 

이전에 사놓고 앞부분만 읽고 덮어뒀던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을 다시 읽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업 분석의 교과서 같은 책이라 열심히 보고 있다. 그 중 '10분 테스트'가 있는데, 이는 본격적인 기업 분석에 앞서 빠르게 필터링하는 방법이다. 즉,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tool이며, 분석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1. 회사가 최소한의 품질을 만족시키는가?

시가총액이 아주 적거나 핑크 시트에 올라 있는 회사들을 제외한다. SEC에 정기적으로 재무제표를 보고하지 않는 외국 기업도 피한다. 최근에 기업공개(IPO)를 한 회사도 피하는 게 좋은데, 기업들이 주가가 최고로 올랐다고 판단될 때에만 주식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단, 대기업인 모회사에서 분사한 회사들은 예외다.

 

2. 회사가 영업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가?

획기적인 신제품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손실 단계인 회사일 경우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런 주식들이 투자 수익에 득보다는 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들은 대부분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적인 수익성에 따라 회사는 떼돈을 벌 수도 있고 파산할 수도 있다.

 

3. 회사는 영업 활동을 인한 현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은 때로 현금을 창출하기 전에 이익부터 보고하기도 하지만, 회사는 결국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팔거나 신주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채권 판매는 기업의 위험 수준을 높이고, 신주 발행은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다.

 

4. 합리적인 레버리지 수준 안에서 자기자본이익률이 일관되게 10%를 상회하는가?

비금융권 회사는 ROE가 지난 5년 중 4년 동안 10%를 넘겼어야 하며, 금융권 회사는 ROE 기준을 12%로 상향해야 한다.

회사의 ROE를 업계 평균과 비교해야 한다. 한 회사가 최소한의 레버리지 하에서 15%의 ROE를 창출한다면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기업보다 훨씬 고품질의 실적을 거둔다고 볼 수 있다. 경기순환 산업에 속한 기업은 예외인데, 경제 전체보다 실적 변동이 상당히 심하기 때문에 해마다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불경기에도 이익을 내고 괜찮은 ROE를 유지하는 기업이 가장 좋은 회사이다.

 

 

5. 이익 증가율이 일관적인가 탄력적인가?

기업의 이익이 들쑥날쑥하다면, 이 회사는 극도로 변동이 심한 산업에 속하거나 경쟁사에 자주 점유율을 뺏기거나, 둘 중 하나다. 전자는 장기적인 산업 전망이 밝고 주가가 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후자는 잠재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6. 대차대조표가 얼마나 깨끗한가?

부채가 많은 기업에는 별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금융권 회사의 재무레버리지가 4를 넘는다면(또는 부채비율이 4.0을 넘는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회사의 사업이 안정적인가?

소비재나 식품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는 이익 변동이 심하고 경기순환에 민감한 회사보다 더 높은 레버리지를 감당할 수 있다.

- 총자산 대비 부채 비중이 감소했는가 증가했는가?

이미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이 더 많은 부채를 감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부채 내역을 이해할 수 있는가?

연례운영보고서에서 의심스러운 부채가 있거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준차입금(quasi-debt)을 발견한다면, 이 회사는 제외한다.

 

7. 회사가 잉여흐름현금을 창출하는가?

잉여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눴을 때 5%가 나오는 것을 벤치마크로 삼는다. 단, 회사가 미래에 더 높은 이익을 줄 것이 확실한 사업에 현금을 현명하게 투자하고 있다면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여도 상관없다. 즉, ROE가 탄탄하고 앞의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면 이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고 무조건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8. '기타' 항목이 얼마나 많은가?

'일회성 비용'은 기업이 여러 가지 잘못된 의사결정을 숨길 수 있고, 기업의 재무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분석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므로, 만약 앞에 나온 질문들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고 일회성 비용까지 크게 계상했다면 이 기업도 제외한다.

 

9. 과거 여러 해 동안 유통 중인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났는가?

이는 이 회사가 다른 회사를 사기 위해 신주를 발행했거나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옵션을 제공했다는 뜻이 된다. 대규모 인수가 없었는데도 유통 주식이 해마다 2% 이상씩 꾸준히 늘어났다면 투자하기 전에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Reference

팻 도시 지음, 지승룡, 조영로, 조성숙 옮김,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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