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에 투자할 때 배당금을 지급하는지 여부가 투자 고려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는 기업은 사업이 탄탄하게 굴러간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힘이 될 수 있다. 배당 여부는 기업이 속해 있는 업종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며, 현재 기업이 위치해 있는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익을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나눠줄지, 아니면 사업에 재투자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일지를 결정하는 경영진의 판단 능력은 주식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배당금은 가치평가의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2. 분석 편'에서는 가치와 잉여 현금흐름, 그리고 배당금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인 시골의사는 주식 거래는 내재가치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현자와 내재가치에서 가장 멀리 서 있는 바보와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현자는 바보의 돈을 빼앗고, 시장에 바보가 많을수록 현자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현자가 존재하는가? 그것은 어쩌면 결과에 따른 우연이 아닌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내재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방법이나 사람이 있는가?"라는 의문과도 같은데, 지금까지 내재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시도 중에 가장 근사치라 인정되는 것은 '할인모형'으로, 존버 윌리엄스의 배당가치할인모형도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벌고 현금흐름이 생겨야 배당이 가능하고, 그 외 유보되는 잉여금까지 고려한다면 주주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현금흐름의 주인이다. 주가에는 그 기업이 미래에 만들어낼 현금흐름이 반영되며, 그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흐름이라고 해서 벌어들인 돈을 전부 말하는 것은 아니며, 벌어들인 돈 중에서 영업에 사용하고 남은 돈이 잉여 현금흐름이고, 기업평가에서는 이 현금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잉여 현금을 기업이 보유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배당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자본으로 전입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도 하고, 혹시 미래 어느 시점에서 배당을 못할 상황이 왔을 때 주주에게 원활하게 배당을 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또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함으로써 주주의 자본가치를 올려주기도 한다.
주주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주주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그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주인으로서 회사가 낸 이익을 분배받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데,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역시 회사가 사업을 잘해서 이익을 늘려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매수자는 이익의 크기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매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또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견을 엇갈리게 한다. 그래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 역시 '이익' 여부에 있는 셈이다.
기업은 이 이익을 배당으로 돌려주거나 재투자하거나 일단 쌓아둔다. 배당을 받든 못 받든 경영진이 횡령할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배당받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경영진은 모든 이익을 배당으로 나누어주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리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또 기업이 성장하려면 신규 사업에 투자할 돈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당장 주머지에 넣어주는 배당이 달지만 기업이 모든 이익을 배당으로 나눠줘 버리면 언젠가는 망하고 말 것이다. 재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쇠퇴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둘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경영자의 자본배분 능력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이익을 내는 기업, 그리고 그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고, 재투자에 필요한 돈이 아니라면 번 돈을 지금 당장 나눠주는 기업을 좋아한다. 지금 받는 돈의 가치와 미래에 받을 돈의 가치는 하늘의 땅 차이이므로, 배당을 당장 주지 않는 기업의 유보금에 대한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시골의사는 이 유보금도 일단 잉여 현금흐름이라는 덩어리로 묶어서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배당이 적고 재투자가 많은 기업이 탁월한 이익을 올림으로써 가치를 올린다면 주가도 높아지겠지만, 손실이 난다면 기업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배당성향이 높으면서 배당을 꾸준히 주는 기업의 주가는 변동성이 적고, 배당을 적게 주는 기업은 변동성이 큰 편이다. 현금흐름이 같아도 그렇다. 기업의 가치평가에서는 이 두 가지를 같이 보아야 한다.
2024.03.17 - [투자] - 배당할인모형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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