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구조의 투자 환경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주체들의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펀더멘털/ 유동성/ 센티멘트를 적절하게 적용한다."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에서 저자인 오종태 타이거자산운용 이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투자에 있어 그 구조를 단순계와 복잡계로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복잡계 투자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들로 펀더멘탈(fundamental), 유동성(liquidity), 센티멘트(sentiment)를 꼽는데, 복잡계의 종합적인 투자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조건이며, 그중 센티멘트는 과거의 단순계에 비해 그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이지요(물론 이는 시장 전체의 기준이고, 산업 혹은 종목별로는 구성비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펀더멘털, 유동성 센티멘트 순으로 파악하고 반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이 센티멘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소제목으로 '군중과 거리를 두고 다층적, 종합적 관점을 가져라'라고 합니다. 인간의 사고 체계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눌 수 있지요. 우리는 대체로 타인에게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성의 활동에 의한 결과가 감정에 반영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유가 진짜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감정이란 무의식의 선호도에 의해 발생하는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로서 우리는 무의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투자는 개인의 무의식의 의사결정에 주는 영향을 줄일수록 좋습니다. 뇌동매매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겠지요. 다만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하고 경험하는 것은 당연히 의식과 무의식 모두에 영향을 주는데, 무의식이 의식에 주는 영향을 줄이는 것과 무의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려 애쓰고 끝내 공부를 해내는 것은 무의식의 넣어두고 그 크기를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언젠가 다른 내용들과 합쳐지고 깨달음에 닿음으로써 의식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의식이 못하는 것을 일단 무의식에 저장해 둔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무의식이 의식에 영향을 주는 것은 투자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자주 돌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스스로가 만든 투자 포트폴리오가 내가 꾸준히 생각하는 중심의 나와 어울리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검토해야겠지요. 지금 자신이 투자 전략을 지켜가고 있는지,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바꾼다면 이는 투자 철학에 맞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사색과 일기 역시 중요하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투자자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의식의 영향, 감정의 발현 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시기심'입니다. 시기심으로 인해 인간은 객관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관심이 아예 가지 않고, 다만 자신에게 무언가 부족하다는 인식과 함께 마치 그것이 부족한 것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시기하는 대상의 실제 상태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지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고도 하는 이러한 시기심은 좋은 면은 없고 나쁜 면만 있습니다.
찰리 멍거 역시 시기심, 질투, 부러움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씀 셨지요. 2017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할 때 가장 경계해야 되는 대상이 '질투와 부러움(Envy and Jealousy)'이며, 질투와 부러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편향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므르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배제해야 되는 감정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2019년에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단순한(Simple)' 비결이 질투심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하셨고요. 2022년에는 재산을 모으는 이유는 남보다 잘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투자자들이 내면에서 질투라는 감정을 없애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질투는 사물의 본질에 내재되어 있고 살면서 꼭 버려할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가치를 남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은 탐욕(Greed)이 아닌 질투(Envy)에 의해 움직이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인생에서 질투심이라는 감정을 극복해 냈고,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투자 성공뿐만 아니라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도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돌아봐야겠습니다. 찰리 멍거옹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신 걸 보니 쉽지는 않겠지만요.
시기심이 좋지 않은 이유는 시기심이 '지나친' 감정이기 때문인데, 지나침을 막기 위해서는 브레이크가 필요합니다. 심리적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게 되면 투자자는 과도한 상승장 혹은 하락장에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는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만들며 이는 다시 패닉 상태를 강화합니다. 이는 스스로가 군중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군중이 되는 것보다 더 큰 낭패는 없으므로 한 개인으로서 군중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무의식의 영향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었지요.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무의식과 집단의 무의식을 구분해야 합니다. 분석 심리학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을 넘은 선천적 구조 영역의 보편적 무의식을 집단 무의식이라고 하는데, 이는 개인적 경험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정신적 바탕이 되는 것이며, 이 군중의 성향이 복잡계라고 오종태 이사는 말합니다. 복잡계는 한 가지 면만 보면 안 되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한 가지 면만 보고 좋아 보이거나, 무언가 지나체게 확실해 보인다면 이는 오류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사회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객관적인 환경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냐 하는 세계관이라고 설명합니다(경제학에서는 군중의 행동이 주로 외적이고 객관적인 자극에 지배를 받는다고 가정합니다).
투자자가 군중에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인의 생각을 보기 위해 꾸준히 뉴스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토론을 통해 타인과 자신의 생각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아보는 활동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에 대한 이해 여부입니다. 개인은 집단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이어야 하며, 그 두 성향의 개별적인 성향과 겹쳐지는 범위에서 나타나는 요소들까지 잘 이해해야 합니다. 본인은 대중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투자를 함으로써, 아니면 관망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집단에 속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거리를 두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군중심리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심리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것 역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필요하겠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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