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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오디세우스 약속, 오디세우스 계약, 이행 장치

by Blueorbit 2023. 12. 26.

요즘은 스타벅스 로고로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세이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볼 수 있으며, 종종 매혹적인 목소리를 지닌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신화에는 세이렌의 다양한 변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혹적인 노래로 선원들을 파멸로 유인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세이렌

세이렌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나와 있습니다.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이 서사시에서 영웅 오디세우스와 그의 동료들은 트로이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이렌을 만나게 됩니다. 세이렌은 선원들이 음악의 근원지를 향해 배를 조종하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사이렌의 의도는 악의적입니다. 그들의 노래가 선원들을 위험한 바다로 인도하고 그곳에서 그들의 배가 바위에 부딪혀 난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위험한 만남을 헤쳐나가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영리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선원들에게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밀랍으로 귀를 막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사이렌의 노래에 호기심이 있던 자신은 배의 돛대에 몸을 묶게 하지요. 이 전략으로 오디세우스는 치명적인 매력에 굴복하지 않고 매혹적인 음악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와 선원들은 세이렌 소리를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세이렌의 개념은 역사 전반에 걸쳐 문학과 예술에서 반복되는 주제였습니다. 신화의 일부 버전에서 사이렌은 날개와 발톱이 있는 새, 여자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유혹에 굴복하는 것과 관련된 위험에 대한 생각은 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인 모티브이며, 지금도 세이렌은 이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디세우스 약속, 오디세우스 계약

제가 이번 글에서 흔히 알려져 있는 '오디세이아'의 세이렌 관련 신화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오디세우스 약속' 혹은 '오디세우스 계약'이라고 불리는 용어를 소개하기 위함입니다. 마음이 욕망하는 곳으로 이끌리는 걸 막고 미래에 얻을 이익을 기대하는 것에 대한 개념으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저. 이한이 역. 비즈니스북스)'에서 나쁜 습관을 버리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얻는 것 못지않게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성공은 좋은 습관을 쉽게 만드는 것보다 나쁜 습관을 어렵게 만드는 것의 영향을 더 받기도 하는데,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여러 사례를 통해 나쁜 습관을 버리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이행 장치(commitment device)'가 있습니다. 이는 현재 시점에 미래의 행동을 통제하는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래 행동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으로, 우리를 좋은 습관에 묶어두고 나쁜 습관을 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나쁜 습관을 행하기 어렵게 만들어 미래에 올바른 일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지요.

 

이행 장치의 예

1980년 여름 빅터르 위고는 도저히 마감일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12개월 전 새 책을 쓰기로 출판업자와 약속을 했지만, 글은 안 쓰고 내내 다른 프로젝트에 손대고, 손님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결국 출판업자는 6개월 안에 마감을 해달라고 서신을 보내왔는데, 이에 따르면 위고는 1831년 2월까지 책을 끝내야 했습니다. 그는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계획 하나를 세웁니다. 옷을 몽땅 모아서 조수에게 주고 큰 옷장 안에 넣어 문을 잠가버리라고 한 것입니다. 그에게는 커다란 숄 하나 외에 입을 옷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깥에 입고 나갈 옷이 없어지자 그는 1830년의 가을과 겨울 동안 계속 연구하고 맹렬하게 글을 쓸 수 있었고, 1831년 1월 14일, '노트르담의 꼽추'가 당초 마감일보다 두 주나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제안하는 이행 장치의 다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량 포장 대신 개별 포장된 음식을 구매함으로써 과식을 막을 수 있고, 카지노나 온라인 포커 사이트 접근 금지 리스트를 추가해서 도박으로 인생을 망치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대회를 위해 체중을 조절해야 했던 운동선수들이 체중 측정 전 일주일 동안 지갑을 집에 두고 다님으로써 패스트푸드를 사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몸매를 가꾸겠다는 동기가 일어났다면 요가 수업 일정을 잡고 미리 수업료를 지불하는 방법이 있고,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고자 한다면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웨이터에게 음식의 반은 포장해 달라고 미리 요청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회비용 생각하기

위에서 말씀드린 이행 장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역시 여러 가지 습관을 갖고 있는데, 당연히 좋은 습관도 있고 나쁜 습관도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좋은 습관을 더 늘리고 나쁜 습관을 줄이고 싶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 습관을 만들고 바꾸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이행 장치는 저도 이전에 여러 번 활용하고 효과를 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가령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체육관에 미리 몇 달 치의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이 그렇지요. 1월에는 헬스장에 가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보통 새해 새로운 다짐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등록하기 때문에 북적거린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물론 1월 15일 정도 되면 다시 이전의 분위기로 돌아가게 됩니다.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게임기를 창고에 넣어둔 적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최근에는 앱테크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각종 어플을 통해 광고를 클릭하거나 앱을 다운로드하면 1, 2 원 혹은 100 원 정도를 벌 수가 있는데, 통계를 보니까 이렇게 하면 한 달에 4,000 원 정도 버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만히 멍하니 있는 시간이나 중간중간 다른 일을 하면서 광고를 보면 돈을 버는 것이라고 여겨왔는데, 요즘 통 집중을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앱테크도 그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 광고 클릭한다고 어플에 들어간 순간 5분 정도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한 번 놓쳐버린 집중력은 쉬이 돌아오지 않았지요. 이전 어느 책에서 연필을 한 번 두드릴 때마다 1원씩 벌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저는 제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아마 미쳐버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앱테크를 하는 것 역시 그와 동일한 상황입니다. 어플을 지울까 했지만 이전에도 같은 어플을 지우고 다시 깔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행 장치 사용에 실패한 것이지요. 그 어플을 통해 다른 작업도 해야 하는데, 결국 다시 깐 어플에서 앱테크를 반복하게 됐습니다.

 

 

기회비용을 떠올리기로 했습니다. 앱테크를 하며 흘려버린 시간이 누적되면 제 인생에서 결코 적지 않은 부분이 될 것이고 그 시간을 책 한쪽이라도 더 읽는데 할애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시시한 해결책인가요? 그러나 어떤 목표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이번에 이직을 하고 가장 속상했던 것은 과중한 업무로 책을 이전처럼 많이 읽을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업무 중간 쉬는 시간이나 집에서 책을 집중해서 읽다 보니 이직 전보다 독서량이 더 늘었습니다. 물론 틈틈이 읽는 책은 집중력이 필요한 도서보다는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도 하고, 출퇴근 길이나 운동하는 시간에 오디오북으로 듣기도 합니다. 이렇게 쥐어짜서 책을 읽고 있는데 앱테크를 하는 시간이 이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니가 제 자신에게 화가 좀 나기도 했습니다. 광고를 하나 클릭할 때마다 수익금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이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면 나중에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을 저는 확신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비용에 대한 끊임없는 인식을 이행 장치로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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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인생의 대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습관이란 무의식적인 행동일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하루의 많은 부분을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판단은 습관으로 고정된 사고나 가치관에 따라 내려지기도 하지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를 바꾸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습관이 사람을 만든 것이지요. 하지만 습관은 새로 만들거나 없애거나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도 있는데 오늘은 이를 위한 도구인 이행 장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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