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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평가

과거 실적만 믿는 투자의 위험

by Blueorbit 2025. 9. 19.

들어가며

1920년대 후반 미국 증시는 과거 실적을 근거로 미래를 낙관하는 이른바 ‘새 시대 이론(New Era Theory)’이 득세했다. 이 이론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이익 추세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자산 축적 과정을 무시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건전한 원칙 대신 불완전한 논리에 의존했고,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불안정한 투자 풍토를 낳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증권 분석(벤저민 그레이엄)'에서 설명하는 과거 실적만 믿는 투자의 위험에 대해 알아보자.

 

새 시대 이론

1. 장기투자와 이익 재투자의 힘

에드 로런스 스미스가 1924년에 출간한 '보통주의 장기투자(Common Stocks as Long-Term Investments)'는 당시 주식 투자에 큰 영향을 준 책이다. 그는 “주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라고 주장했는데, 그 근거는 회사의 이익이 단순히 주주에게 배당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재투자된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회사가 연간 9퍼센트의 이익을 올리고, 그중 6퍼센트를 배당으로 지급하면 나머지 3퍼센트는 이익잉여금으로 축적된다. 이 재투자는 회사의 자산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주식 가치도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 논리는 가치투자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현대적 의미의 내부유보 이익에 의한 복리 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새 시대 이론의 왜곡

문제는 이 건전한 논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새 시대(New Era)’라는 이름으로 왜곡되었다는 점이다. 새 시대 이론은 다음과 같다:

1) 주식의 가치는 미래에 벌어들이는 이익에 좌우된다.

2) 이익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주식이 좋은 주식이다.

3) 좋은 주식은 건전한 투자 대상이며, 장차 이익도 가져다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주식의 장기적 매력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단순히 “주가는 과거 이익 추세를 따라간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PER 10배 수준일 때 주식이 저평가되었다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지만, 정작 기업의 자산가치 증대나 실제 경영 성과는 간과했다. 즉, 실적 추세를 맹목적으로 미래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투자 이론을 단순화시켰던 것이다.

3. PER 맹신의 위험성

새 시대 이론은 주가수익비율(PER)을 투자 판단의 절대적 잣대로 삼았다. 하지만 주가가 이익의 20~40배까지 치솟는 상황에서도 이를 정당화했고, 결국 기업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의 괴리를 확대했다. 본래 PER은 투자자에게 유용한 참고 지표지만, 맥락 없이 과거 이익만 반영하면 시장의 과열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교훈이다.

4. 과거 실적만으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새 시대 투자자들은 과거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에만 매달렸다. 기업의 자본 구조, 산업 경쟁, 경영자의 역량과 같은 본질적 요소는 무시되었다. 심지어 스미스가 강조했던 “재투자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중요한 발견조차도 새 시대 이론에서는 의미를 잃었다. 결국 이들의 결론은 “미래 주가 흐름도 과거 주가 흐름과 같다”라는 단순 도식이었고, 이는 1929년 대공황의 버블을 설명하는 핵심 단초가 되었다.

 

 

투자 시사점

1. 지표는 도구일 뿐이다

PER, PBR, ROE와 같은 지표는 기업 분석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지표에만 매달리면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시장 구조를 놓칠 수 있다. 투자자는 지표를 하나의 참고 수단으로 사용하되, 반드시 사업 모델과 자본 배분, 산업 경쟁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 과거는 미래의 보증이 아니다

과거 실적이 좋았다고 해서 미래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수익 구조는 시장 환경, 기술 변화, 규제, 경영 전략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과거 데이터는 경향을 보여줄 뿐, 미래를 단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3. 본질적 가치와 자산 축적에 집중해야 한다

스미스가 강조했듯이, 기업의 내재적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익이 재투자될 때 커진다. 장기투자의 핵심은 단기 가격 변동이 아니라,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자산을 불려 나가는가에 있다.

 

아마도 이익 추세가 평균 이익보다는 미래에 대해 더 믿을 만한 단서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단서가 절대 확실한 것은 아니며, 특히 이익 추세와 가격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밝혀주는 기법도 없다.
이는 만족스러운 추세에 부여하는 가치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며, 따라서 투기적이고 필연적으로 과장되며 나중에 붕괴한다는 의미다.
- 증권분석 7판 p. 453

 

정리

1920년대 ‘새 시대 이론’은 PER과 과거 실적 추세에 집착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이익의 재투자와 자산가치 증가에 달려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미래를 기계적으로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건전한 장기투자는 지표 맹신이 아니라, 기업 본질에 대한 꾸준한 분석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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