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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격자모형

17. 0의 곱셈_단 하나의 영이 모든 것을 지운다

by Blueorbit 2026.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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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의 기본 원리는, 
1등으로 들어오려면 1등으로 주행을 마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격언은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버크셔에서도 모든 행동의 지침이 됩니다.
- 버크셔 해서웨이 2010년 주주서한

무엇을 곱해도 영이 되는 자리

0의 곱셈은 어떤 수에 영을 곱하면, 그 수가 아무리 크더라도 결과는 영이 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사고의 도구로 삼은 모델이다.

이 모델은 수학, 그중에서도 산술에서 왔다.

미다스의 손은 닿는 모든 것을 황금이 아니라 무로 바꾸어 버린다.

곱셈의 사슬에 영이 하나 끼어드는 순간, 다른 모든 항이 얼마나 크든 전체는 영으로 무너진다.

그것은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처음으로 되돌리는 궁극의 초기화 버튼과 같다.

 

영을 단순한 빈자리 표시가 아니라 계산에 참여하는 하나의 수로 세운 사람은 인도 수학자 브라마굽타다.

그는 628년 저작 '브라마스푸타시단'에서 영을 어떤 수에서 자기 자신을 뺀 결과로 정의하고, 그 산술 규칙을 적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어떤 수에 영을 곱하면 영이 된다는 규칙이다.

바빌로니아나 마야 문명도 빈자리를 나타내는 기호는 가졌으나,

영을 계산하는 수로 다룬 것은 인도의 독창적 기여였다.

이 작은 규칙 하나가 자릿값 체계와 현대 수학, 나아가 오늘의 기술 전체가 서는 토대가 되었다.

 

핵심은 이 산술이 수의 세계를 넘어 인간의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여러 부분이 곱해져 성립하는 구조에서는, 한 부분의 실패가 나머지 전부의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공학에서 단 하나의 부품이 고장 나면 시스템 전체가 멈추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이 평생 쌓은 평판을 무너뜨리는 것도,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 하나가 사슬 전체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래서 다른 부분을 더 키우려 애쓰기보다,

그 하나의 영을 막는 편이 훨씬 나을 때가 많다.

 


투자와 기업 분석에의 함의

투자에서 가장 분명한 영은 영구적 자본 손실이다.

100을 90으로 만드는 손실과 0으로 만드는 손실은 종류가 다르다.

앞의 것은 시간과 수익률로 회복되지만,

뒤의 것은 그 어떤 높은 수익률을 곱해도 영원히 영이다.

복리가 결과 위에 결과를 쌓아 올리는 힘이라면,

0의 곱셈은 그 탑을 단 한 번에 허무는 정반대의 힘이다.

그래서 평균 수익률을 높이는 일보다 회복 불가능한 손실 한 번을 피하는 일이 먼저다.

 

이 비대칭은 도박판의 파산 원리와 같다.

한 판의 기댓값이 아무리 좋아도, 전 재산을 거는 판이 한 번이라도 섞여 있으면 충분히 오래 반복할 경우 파산은 사실상 예정되어 있다.

다음 한 번의 영이 그전까지의 모든 성공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에도 영을 만드는 항이 있다.

훌륭한 영업과 높은 이익률을 가진 회사라도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으면,

단 한 번의 유동성 위기가 자기자본을 영으로 만든다.

 

1762년에 설립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머천트뱅크 배링스의 최후가 그랬다.

1995년 싱가포르 지점의 트레이더 한 사람이 무단 거래로 약 8억 2,700만 파운드의 손실을 냈고,

매매와 정산을 한 사람이 겸하던 통제의 구멍이 그 영이 되었다.

나머지 사업 부문이 멀쩡해도 한 곳의 영이 233년 역사의 은행 전체를 무로 돌려 버렸다.

오랜 명성도, 견실한 다른 사업도, 단 하나의 곱셈 항이 영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여기서 분석의 순서가 나온다.

사업을 볼 때 먼저 곱셈 항을 찾아야 한다.

그 하나가 영이 되면 나머지 전부가 영이 되는 치명적 항, 곧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 회계와 지배구조의 신뢰, 한 사람에게 쏠린 의존, 단일 고객이나 공급처, 핵심 인허가 같은 것들이다.

이 영을 막는 일이, 이익률을 몇 퍼센트 끌어올리는 일보다 늘 앞선다.

곱셈 항 하나를 영에서 멀찍이 떼어 놓는 것이 덧셈 항 여럿을 조금씩 키우는 것보다 전체 결과를 훨씬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파산하지 않도록 비중을 제한하는 까닭도 같다.

 

비로소 이때 회사들은 신용이 산소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산소가 풍부할 때는 사람들이 산소를 무시합니다.
그러나 산소가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산소만 주목합니다.

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신용을 잠시만 유지하지 못해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 9월 여러 산업에서 하룻밤 사이에 신용이 사라지면서 미국 전체가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습니다.
- 버크셔 해서웨이 2010년 주주서한

 


모델의 한계와 오용

첫 번째 위험은 모든 위험을 영으로 착각하는 과잉 회피다.

세상의 모든 불확실성이 회복 불가능한 영은 아니다.

잠깐의 주가 하락이나 일시적 실적 부진처럼 회복 가능한 변동까지 치명적 영으로 여겨 모든 기회를 피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복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비용이 된다.

진짜 영과 단순한 흔들림을 구별하는 것이 먼저다.

모든 것을 영으로 보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위험을 피하려다 수익의 원천마저 함께 피하고 만다.

 

두 번째 오용은 곱셈이 아닌 항을 곱셈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어떤 약점은 다른 강점이 상쇄해 주는 덧셈 항이지, 전체를 영으로 만드는 곱셈 항이 아니다.

이 모델의 힘은 오직 구조가 진짜 곱셈일 때 나온다.

구조를 잘못 읽으면 멀쩡한 사업을 영 취급해 헐값에 내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세 번째로, 이 모델은 홀로 쓰일 때 절반만 말해 준다.

0의 곱셈은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는 가르쳐도 무엇을 키워야 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영을 모두 막았다고 해서 가치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으며,

그것은 복리와 해자가 답할 몫이다.

영을 피하는 데만 골몰하면 방어에 갇혀, 정작 자본을 불려 줄 좋은 사업을 끝내 사지 못한다.

게다가 어디가 영인지 식별하는 일 자체가 능력범위 안에서만 정직하게 가능하다.

 

복리의 원리가 빛을 발하려면 자산이 불어날 수 있게 오랜 세월을 허락해야 한다.
복리는 마치 참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1년 키워서는 별로 자란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10년이면 의미 있는 차이가 생길 수 있고,
50년이면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성장을 이루고 지켜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겪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오르막, 내리막을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체크리스트와 연결

0의 곱셈을 절차로 만들면 분석 전에 던지는 질문이 된다.

첫째, 이 사업이나 포지션에는 한 번이라도 일어나면 전부를 영으로 만드는 항이 있는가,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둘째, 그 영은 회복이 영영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오는 일시적 변동에 지나지 않는가.

 

셋째, 나는 그 치명적 영을 차단하는 일을 다른 강점을 더 키우는 일보다 먼저 했는가.

 

넷째, 한 포지션의 영이 포트폴리오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비중을 제한해 두었는가.

 

보유 기업마다 영이 될 후보, 곧 차환을 앞둔 부채나 회계와 지배구조의 신뢰, 한 고객이나 한 사람에 대한 쏠림을 목록으로 적어 두고 그 차단 여부를 가장 먼저 점검한다.

매수에 앞서서는 무엇이 이 투자를 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거꾸로 먼저 묻고,

그 답이 충분히 막혀 있을 때에만 들어간다.

 

비중은 어느 한 종목이 영이 되더라도 영구적 손실로 번지지 않도록 제한한다.

한 번의 영을 피하는 데서 얻는 안전이,

여러 번의 작은 최적화에서 얻는 이득보다 길게 보면 더 크다.

 

이 모델은 격자의 다른 모델과 곧장 이어진다.

복리가 시간을 들여 탑을 쌓는 힘이라면 0의 곱셈은 그 탑을 한 번에 지우는 힘이니, 둘은 떼어 놓을 수 없는 한 쌍이다.

 

2026.06.23 - [정신적 격자모형] - 16. 복리_비선형으로 불어나는 힘, 그리고 그것을 멈추지 않는 일

 

16. 복리_비선형으로 불어나는 힘, 그리고 그것을 멈추지 않는 일

복리란 원금에 이자가 붙으면서 그 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선형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 과정이다.생각과 인간관계도 그럴 수 있다. 물질적 세계에서는 제약을 받지만 비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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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전체를 영으로 만드는지를 거꾸로 먼저 묻는 태도는 배제의 법칙에서 본 역방향 사고 그 자체이고,

어느 항이 진짜 치명적 영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결국 능력범위 안쪽에서만 답할 수 있다.

 

2026.06.11 - [정신적 격자모형] - 1. 배제의 법칙_무엇을 살까 보다 무엇을 피할까를 먼저 묻는다

 

1. 배제의 법칙_무엇을 살까 보다 무엇을 피할까를 먼저 묻는다

선택보다 회피를 고려함으로써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수가 종종 있다.배제의 법칙은 인생사 전반에서 그 효력을 발휘한다."내가 죽을 곳이 어딘지를 알려주면 그곳만은 절대로 가지 않겠소."-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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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곱셈은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를 또렷이 보여 주지만, 무엇을 키워야 하는지는 격자 전체가 함께 답한다.


투자 판단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언급한 개념과 사례는 설명을 위한 것일 뿐 투자 추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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