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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격자모형

14. 무작위성_우연을 실력으로, 잡음을 신호로 착각하지 않기

by Blueorbit 202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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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인간의 뇌가 이해하느라 애를 먹지만 세상의 대부분은 무작위적이며 비연속적이고 비순서적인 일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무작위성에 '속아서',
우연히 일어난 일과 우리의 통제 밖의 일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여한다.
이런 식으로 행운에 속는 효과,
즉 잘못된 패턴을 찾아내는 실수를 수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사건들이 실제보다 더 예측 가능하다고 믿으며 그에 따라 행동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 Farnam Street. 통섭과 투자

 

패턴이 없는 곳에서 패턴을 본다

무작위성(Randomness)은 세상의 많은 부분이 인과도 순서도 없는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인간의 뇌가 거기서 굳이 원인과 패턴을 찾아내려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사고 도구다.

이 모델은 수학, 그중에서도 확률론에서 왔고,

거기에 속는 인간의 성향에 대한 통찰은 심리학과 나심 탈레브의 작업에서 보태졌다.

우리는 우연히 일어난 일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 사이에 인과의 끈을 멋대로 묶고,

잡음 속에서 있지도 않은 규칙을 읽어 낸다.

이런 패턴 탐색 본능은 생존에 도움이 되어 왔지만, 진짜 무작위 앞에서는 우리를 거듭 속인다.

 

탈레브는 2001년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이를 행운에 속는 효과라 불렀다.

그가 든 비유는 단순하다.

열 사람에게 동전을 열 번씩 던지게 하면 연달아 같은 면이 길게 나올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만 명에게 시키면,

순전히 우연만으로도 긴 연속을 기록하는 사람이 반드시 여럿 나온다.

수천 명의 운용자가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

몇 년 연속 시장을 이기는 사람은 실력과 무관하게 통계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탈레브는 이런 사람을 운 좋은 바보라 불렀다.

놀라운 기록 자체는 그가 실력자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어느 집단에서 나오는 최고 기록의 기대치는 개별 운용자의 실력보다 처음 표본이 얼마나 컸는가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누군가는 반드시 빛나 보이게 마련이다.

 

핵심은 이 착각을 바로잡지 않으면 세상이 실제보다 더 예측 가능하다고 믿게 된다는 점이다.

우연한 성공에 그럴듯한 서사를 입히는 순간,

우리는 다음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하며 위험한 결정을 내린다.

무작위성 모델은 그 서사를 한 박자 멈춰 세워,

이것이 정말 인과인지 아니면 그저 운인지를 먼저 묻게 한다.

무작위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노력이나 실력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성취를 운과 뒤섞어 과신하지 않도록,

결과를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다.

 


투자와 기업 분석에의 함의

투자에서 무작위성이 가장 날카롭게 작동하는 곳은 실력과 운을 가르는 자리다.

몇 년간 시장을 크게 앞선 운용자나 종목을 만나면,

우리는 곧장 비결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같은 방식을 시도했다가 사라진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다.

우리 눈에는 살아남은 승자만 보이고 같은 길을 걷다 무너진 다수는 보이지 않는다.

생존 편향을 빼고 보면 거의 모든 기록이 실제보다 좋아 보인다.

 

탈레브의 표현을 빌리면,

완만한 성공은 실력으로 설명되지만

극적인 성공은 대개 변동성, 곧 운의 몫이다.

그리고 운으로 얻은 것은 운으로 다시, 종종 갑작스럽게 사라진다.

 

반대로 운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쌓은 것일수록 무작위성에 강하다.

그래서 화려한 단기 기록보다,

여러 시장 국면을 거치며 반복된 평범하지만 꾸준한 성과가 실력의 더 믿을 만한 증거다.

 

같은 이유로, 결정의 질과 결과의 운을 분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좋은 과정에서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형편없는 도박이 한 번은 대박이 날 수 있다.

한 번의 성과로 판단을 평가하면,

우리는 운이 좋았던 나쁜 결정을 칭찬하고 운이 나빴던 좋은 결정을 벌하게 된다.

질 높은 복리 기업에 오래 집중하는 관점에서 보면,

신호는 한 해의 주가나 수익률이 아니라 해자와 자본수익률처럼 여러 해에 걸쳐 반복되는 실력에 있다.

 

단기 주가의 움직임은 대부분 잡음이다.

탈레브는 자주 들여다볼수록 잡음을 신호로 오인할 확률만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가격을 매일 확인하면 절반은 오르고 절반은 내리는 동전 던지기를 들여다보는 셈이고,

그 잡음에 반응해 매매하면 무작위성에 스스로를 내주는 것이다.

좋은 사업의 가치는 그런 일간의 흔들림이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되는 펀더멘털에서 드러난다.

들여다보는 빈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잡음에 휘둘릴 여지는 크게 줄어든다.

 


모델의 한계와 오용

첫 번째 위험은 무작위성을 과용하는 것이다.

모든 성공을 운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진짜 실력과 진짜 경쟁우위마저 우연으로 치부하게 된다.

탈레브의 틀은 운이 지배하는 영역,

곧 시장 같은 곳에서 가장 강력하고,

외과 수술이나 운동처럼 실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견고한 해자를 가진 기업의 꾸준한 성과를 모두 운이라 부르는 것은,

패턴을 남발하는 것만큼이나 분명한 오류다.

 

두 번째 오용은 표본을 무시한 채 운과 실력을 단정하는 것이다.

무작위성을 가르는 힘은 충분한 표본과 사전 확률에서 나온다.

작은 표본 몇 개로 실력이다 운이다 결론짓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비판하려던 그 패턴 탐색의 오류를 똑같이 저지른다.

완만한 성과와 극적인 성과를 구별하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표본의 크기부터 따져야 한다.

 

세 번째로, 이 모델은 홀로 쓰일 때 무력하다.

무작위성은 패턴을 의심하라고 일러 줄 뿐,

어디에 진짜 신호가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운이라는 허무는 모든 것이 인과라는 미신만큼이나 사람을 마비시킨다.

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부터가 실력인지는 능력범위와 사전 확률, 확률론적 사고가 함께 받쳐 줄 때에야 가려진다.

무작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가설이며,

그 역시 틀릴 수 있다.

 


체크리스트와 연결

무작위성을 절차로 만들면 분석 전에 던지는 질문이 된다.

 

첫째, 이 결과는 경쟁자의 수와 기간을 감안할 때 순전히 운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둘째, 나는 지금 잡음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입히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나는 결정의 질을 평가하고 있는가,

아니면 한 번의 결과만 보고 있는가.

넷째, 내 판단을 받칠 표본은 충분하며 사전 확률은 무엇인가.

 

무작위성에 주의하기 위해서는 보유 기업을 한 해의 수익률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경쟁우위와 결정의 과정으로 평가하고,

단기 주가는 잡음으로 간주해 그것만으로 매매하지 않는다.

실력이라 결론짓기 전에 충분한 표본을 요구하고,

운이 나쁜 구간이 길게 이어져도 영구적 손실로 번지지 않도록 비중을 제한한다.

행운에 속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운이 사라져도 무너지지 않게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이다.

 

생존편향을 무시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다.
왜 그럴까?
우리가 보이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고 눈앞에 보이는 정보만 이용하도록 길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의 연기금 및 보험사들은 각종 통계자료를 내세우면서,
"장기적으로는 주식의 수익률이 항상 9%였다"고 주장한다.
통계가 옳기는 하지만, 지나간 역사일 뿐이다.
나는 4만 종목의 증권 중에서 매년 빠짐없이 수익률이 두 배가 되었던 증권도 찾아서 보여줄 수 있다.
이런 증권에 사회복지연금을 투자해야 할까?

간단하게 요약하겠다.
우리는 수많은 대체역사 가운데 실현된 사건 하나를 보고 이를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존편향은 실적이 가장 좋은 사건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패배자는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 '행운에 속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렙

 

 

이 모델은 격자의 다른 모델과 곧장 이어진다.

세상이 무작위하다는 인식은 확률론적 사고방식의 출발점이며,

확실성 대신 확률과 범위로 미래를 다루라는 요구와 같은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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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확률론적 사고방식_미래는 단정이 아니라 확률로 다룬다

인간의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정론적이기보다는 확률론적 결과가 지배하는 곳이다.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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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에서 패턴을 읽어 내려는 충동은 확증 편향반증에서 본 인간의 습성 그 자체이고,

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부터가 실력인지를 가늠하는 일은 결국 능력범위 안쪽에서만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

 

무작위성은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무엇을 믿어도 되는지는 격자 전체가 함께 답한다.


투자 판단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언급한 개념과 사례는 설명을 위한 것일 뿐 투자 추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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