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정론적이기보다는 확률론적 결과가 지배하는 곳이다.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계산하는 게 좋은 예다.
세상은 단정이 아니라 확률로 움직인다
확률론적 사고는 수학이나 논리의 도구를 써서 어떤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가늠하는 사고방식이다.
인간이 사는 세계는 정해진 답이 미리 박혀 있는 결정론의 세계가 아니라,
여러 결과가 저마다의 확률로 펼쳐지는 확률의 세계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일이 얼마나 일어날 법한지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무의식적으로 사고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이 그 일상적 예다.
확률론적 사고의 핵심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베이즈식 사고다.
우리는 늘 사전 지식, 곧 사전 확률을 가지고 출발해야 하며,
새로운 정보를 만날 때마다 그 믿음의 확률을 갱신해야 한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기준율이라 부른다.
기존 믿음을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두지 않고,
참일 확률로 다루면서 증거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하는 것이 베이즈식 태도다.
둘째는 두꺼운 꼬리(fat tail)다.
키나 몸무게처럼 정규분포를 따르는 세계에서는 극단값의 범위가 정해져 있어,
평균보다 열 배 큰 사람을 만날 일은 없다.
그러나 부나 주식시장처럼 꼬리가 두꺼운 세계에서는 평균의 수백, 수천 배에 이르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극단에 상한이 없다.
1987년 블랙 먼데이의 하루 20퍼센트대 폭락은 정규분포를 가정하면 우주의 나이로도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실제로 일어났다.
정규분포의 지도로 시장이라는 영토를 그리면,
가장 중요한 사건이 지도에서 사라진다.
셋째는 메타확률, 곧 내 확률 추정 자체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의 문제다.
우리의 추정 오차는 대개 한쪽으로 기운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서서 20퍼센트 일찍 도착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20퍼센트 늦는 일은 흔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확률을 다룰 때는 추정값뿐 아니라 그 추정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기 쉬운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투자와 기업 분석에의 함의
투자에서 확률론적 사고의 첫 번째 함의는 단일한 예측이 아니라 기댓값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어떤 결과도 확실하지 않으므로,
여러 시나리오를 가능성으로 가중해 따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비대칭이다.
자주 맞히는 것보다 맞혔을 때 크게 버는 구조가 낫다.
하락은 제한되어 있고 상승은 큰 비대칭적 베팅을 찾는 일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려는 시도보다 현실적이다.
예컨대 이미 헐값에 가까워 더 잃을 것이 적은 우량 기업은,
회복 시 얻을 것이 잃을 것보다 훨씬 크다.
이런 비대칭에서는 확률이 반반이어도 베팅의 가치는 분명히 플러스다.
반대로 상승 여력은 빤한데 한 번의 악재로 크게 무너질 수 있는 종목은,
자주 맞더라도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기 쉽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간단히 설명하려고 내가 즐겨 비유하는 모델이 경마장의 패리 뮤추얼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마장에 가서 돈을 걸고 사람들이 건 돈에 따라 내가 건 돈의 배당도 달라진다.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똑같다.
아무리 바보라도 과거 승률이 높고 좋은 위치에서 출발하는 몸무게가 가벼운 말이
과거 승률이 엉망이고 뚱뚱한 말보다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말에 걸 때는 1원을 걸어 100원을 가져갈 수 있고
좋은 말은 3원을 걸어 2원을 벌 수 있는 배당 구조라면 어쩌겠는가.
그런 경우라면 어느 쪽에 돈을 거는 것이 더 좋은지 명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 찰리 멍거. 1994년 남캘리포니아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강연
두 번째 함의는 기준율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어떤 기업의 성장률을 추정하기 전에,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먼저 본다.
투자자의 수익률 전망은 목표에 닿는 경우가 드문데,
이는 낙관 쪽으로 기운 추정 오차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매력에 사로잡히기 전에 집단의 기준율로 닻을 내리면 그 낙관이 교정된다.
세 번째 함의는 베이즈식 갱신이다.
투자 논리를 하나의 사전 확률로 두고,
분기와 연도가 지나며 증거가 쌓일 때마다 그 논리가 참일 확률을 조정한다.
논리를 흔드는 증거는 사전 확률을 낮추고,
충분히 쌓이면 논리 자체를 교체한다.
네 번째는 결정과 결과의 분리다.
좋은 결정도 운이 나빠 나쁜 결과로 끝날 수 있고,
나쁜 결정도 운이 좋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복기할 때는 단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결정 당시의 확률적 판단이 옳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모델의 한계와 오용
확률론적 사고의 첫 번째 오용은 거짓 정밀이다.
한 번뿐인 사업적 사건에 73퍼센트 같은 정밀한 확률을 붙이는 것은 대개 근거 없는 정밀함이다.
그런 사건에는 반복되는 빈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확률의 교훈이 여기 있다.
내 확률 추정 자체가 부정확할 수 있으므로,
소수점 아래의 숫자보다 대략의 구간과 비대칭의 방향을 보는 편이 정직하다.
두 번째 한계는 더 치명적이다.
기댓값 논리는 같은 베팅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나 투자에서는 한 번의 파산이 게임 자체를 끝낸다.
기댓값이 플러스라도 파산 위험을 안은 베팅은 나쁜 베팅이다.
아무리 유리한 확률이라도 회복 불가능한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두꺼운 꼬리의 세계에서는 정규분포를 가정한 모형이 바로 이 꼬리 위험을 가리므로,
안전마진과 분산으로 그 꼬리에서 살아남을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세 번째로, 확률은 사실이 아니라 추정이다.
사전 확률이 틀리면 그 위에 쌓은 모든 계산이 틀린다.
게다가 숫자는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확률의 외형이 과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쉽다.
체크리스트와 연결
확률론적 사고를 절차로 만들면 판단에 몇 가지 질문이 더해진다.
첫째, 나는 하나의 예측이 아니라 가능한 결과들의 범위를 확률과 함께 그리고 있는가.
기댓값은 얼마이고 그 보상은 비대칭인가.
둘째, 개별 사례로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상황의 기준율로 닻을 내렸는가.
셋째, 새 증거가 들어올 때 나는 베이즈식으로 확률을 갱신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전 확률을 고집하고 있는가.
넷째, 복기할 때 결과가 아니라 결정 당시의 판단 품질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베팅도 파산 위험을 안고 있다면,
기댓값과 무관하게 거부한다.
매수 비중은 최악의 꼬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크기로 제한하고,
확률 추정은 정밀한 숫자가 아니라 구간과 비대칭으로 다룬다.
그리고 결정의 질과 결과의 운을 분리해 기록함으로써,
운에 속아 나쁜 과정을 강화하거나 운이 나빠 좋은 과정을 버리는 일을 막는다.
한 번의 결과는 표본 하나일 뿐이며,
좋은 과정을 충분히 반복할 때에만 확률은 비로소 내 편이 된다.
합리성은 돈을 벌고 싶을 때만 취해야 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성적인 태도는 항상 지녀야 하는 원칙이다.
합리적인 태도는 굉장히 좋은 것이다.
사람은 일생에 걸쳐 터무니없는 일을 피해야 한다.
타율을 높여주는 일련의 사고방식을 훈련해야만 합리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 찰리 멍거. 2002년 위세코 연례 주주총회
이 모델은 격자의 다른 모델과 곧바로 이어진다.
파산 위험을 거부하는 원칙은 영구 손실을 피하려는 배제의 법칙과 한 몸이고,
증거에 따라 확률을 갱신하는 베이즈식 태도는 자기 논리를 반증하려는 습관의 정량적 형태다.
기준율로 닻을 내리는 일은 참조집단을 떠올리는 사고 실험과 같고,
확률이 결국 추정이라는 점은 모형은 불완전하다는 단서와 맞닿는다.
2026.06.15 - [정신적 격자모형] - 8. 사고 실험_머릿속에서 불가능한 실험을 수행한다
8. 사고 실험_머릿속에서 불가능한 실험을 수행한다
사고 실험이란 실제로 불가능한 것을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수행하는 실험이다.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밝히기 위해 자신이 빛에 올라타 여행하는 상상을 했던 것처럼, 직관과 논리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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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마켓이 매긴 가격이 비합리적인지 판단하는 것도,
결국 시장이 공정할 사전 확률을 기준으로 내 견해의 우위를 가늠하는 확률의 문제다.
확률론적 사고는 다른 모델들이 다루는 불확실성을 정량의 언어로 묶어 주는,
격자의 공통 문법에 가깝다.
투자 판단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언급한 개념과 사례는 설명을 위한 것일 뿐 투자 추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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