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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EPS는 늘어나는데 가치가 줄어드는 경우

by Blueorbit 2026.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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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PS에 집중하는 태도도 싫어한다.
모든 이익은 평등하지 않다.
이익 창출에 필요한 자본이 많거나 적은 경우가 있고,
모든 이익이 현금 형태인 것도 아니다.

1979년 연례 주주 서한에서
자본이익률이 기업 실적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라고 언명한 버핏에게는
이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EPS 증가는 자본이익률을 희생한 대가로 얻기에
가치를 파괴한다.

- 테리 스미스. 퀄리티 투자, 그 증명의 기록

 

테리 스미스가 “대부분의 EPS(Ear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 증가는

자본이익률을 희생한 대가로 얻어지며, 따라서 가치를 파괴한다"라고 말했을 때

어떤 투자자들은 직관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익이 늘었는데 가치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PS 증가를 곧 기업의 성장,

더 나아가 주주가치의 증가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분기 실적 발표에서 EPS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는지가 주가를 움직이고,

기업 역시 장기 성장 목표를 EPS 기준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이 빠져 있다.

그 이익이 어떤 자본 효율 위에서 만들어졌지이다.


가치의 기준은 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자본 효율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단순한 이익 규모가 아니라,

투입된 자본 대비 얼마의 이익을 창출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ROCE(Return on Capital Employed), 즉 사용자본이익률이다.

 

기업이 100의 자본을 투입해 30의 영업이익을 벌면 ROCE는 30%다.

이 상태에서 기업이 추가로 100의 자본을 투입해서

총 200의 자본으로 40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면

이익은 증가했지만 ROCE는 20%로 하락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익은 30에서 40으로 늘어났고

EPS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본 효율은 악화됐다.

만약 이 기업의 자본비용이 15%라면,

초과수익은 오히려 감소한다.

규모는 커졌지만 경제적 부는 줄어든 것이다.

 


EPS 증가가 가치를 파괴하는 방식

가장 흔한 방식이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이다.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 이익 규모 자체는 커진다.

더 많은 사업부가 생겼으니 당연히 순이익 절대액도 늘어난다.

EPS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인수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었다면,

자본이익률은 오히려 하락한다.

이익은 10% 늘었지만,

그걸 위해 자본을 30% 더 쏟아부었다면

것은 가치 창출이 아니라 가치 파괴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00년대 초반 많은 통신사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웠다.

EPS 수치는 그럴듯하게 포장되었지만,

막대한 부채와 함께 유형자산이 쌓여갔고 자본이익률은 형편없이 낮았다.

 

이후 기술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 기업들 상당수는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하며 무너졌다.

EPS만 봤던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현금이 아닌 이익의 함정

또 하나의 문제는 이익이 반드시 현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익계산서에는 이익이 잡히지만,

정작 현금흐름표를 보면 돈이 없는 경우가 있다.

 

매출채권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재고자산이 쌓이거나,

인식 기준 차이로 인해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이익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이른바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이라고 불리는 개념이 여기서 등장한다.

 

같은 100억 원의 이익이라도,

그것이 실제로 현금으로 들어온 이익인지,

아니면 회계적으로만 인식된 이익인지는 천지 차이다.

 

현금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익은 언젠가 반드시 수정된다.

회계 처리가 바뀌거나,

받지 못한 채권이 부실화되거나,

재고가 폐기되거나.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

 


성장이 가치 창출이 되는 경우

물론 모든 EPS 증가가 가치 파괴는 아니다.

기존 사업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높은 ROCE를 지속하고,

추가 투자 역시 자본비용을 충분히 상회하는 수익률을 창출한다면

장은 곧 가치 창출이다.

 

가격 결정력이 유지되고,

자본 집약도가 낮으며,

재투자 기회가 풍부하다면

EPS 증가는 경제적 이익 증가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핵심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성장의 수익률이다.

높은 자본 효율 위에서 반복 가능한 재투자가 이루어질 때만 성장은 의미를 가진다.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

따라서 투자자는 EPS 증가율보다 먼저 ROCE의 추이를 봐야 한다.

추가로 투입되는 자본의 한계 수익률은 얼마인지,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이 유지되고 있는지,

매출 증가가 자본 효율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지,

아니면 희석을 동반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성장은 중립적 개념이다.

저수익 성장은 오히려 가치 파괴적이다.

테리 스미스의 문제 제기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성장의 질에 대한 기준 제시다.

 

이익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는 순간,

우리는 자본 효율의 하락이라는 더 중요한 신호를 놓칠 수 있다.

장기 투자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성장률이 아니라 자본 수익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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